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아래 그림을 꼽을 것입니다.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그림인데 이것은 파이프 담뱃대를 그린 '그림'입니다. 파이프그림 아래에는 다음과 같이 글이 써 있습니다.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파이프를 표현한 그림 속의 파이프는 파이프가 맞지만, 르네 마그리트는 관습적 사고방식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림과 문장을 모순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미술가가 어떤 대상을 매우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그 대상의 재현일 뿐이지 그 대상 자체일 수는 없다고 역설하는 것이지요.
<이미지의 배반, 르네 마그리트, 1928-1929년 作>
이 초현실주의 그림과 같이 오늘 뉴스를 보며 저는 대한민국에도 초현실주의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JTBC뉴스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비공식 대선 캠프 의혹' 반년 동안 1명 소환... 불기소》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비공식 대선캠프를 운영했고 이를 위해 새누리당 선대위와 (포럼)동서남북, 서강바른포럼이 한 사무실을 임대했지만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아 건물주가 사기혐의로 서병수 새누리당 선대위 본부장과 성기철 전 포럼동서남북 회장 등 7명을 고발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단독] 박근혜 2012년 대선 불법 비밀 캠프 드러나다]
당시 제가 이 뉴스를 보고 정말 가지가지 한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고발 이후 후속기사를 JTBC에서 낸 것인데요. 당시 이 불법캠프는 '십알단(십자가 알바단)' 활동지로 강력히 추정되었던 곳이였죠. 여튼, 선거도 이기신 분들이 왜 임대료를 내지 않아 그런 부끄러운 일을 당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사 제목대로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사기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라는 것이였죠. 뉴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고발 이후 6개월 동안 검찰에 소환된 사람은 성 전 회장이 유일합니다. 특히, 비공식 캠프 운영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라구요.
임대료를 내지 않아서 사기 혐의로 고발을 했는데 사기가 아니다고 합니다.
제가 이 말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을 떠올린 이유입니다. 돈을 내기로 해놓고 내지 않았다면 사기혐의일 수 없는 것인가. 당췌 '사기'라는 죄는 어떤 때에 적용가능한지 궁금해지게 만들었습니다. 비공식 대선캠프에 대한 불법여부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사기죄 고발에 대해서 최소한 다른 혐의라도 적용해보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초현실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 합니다.
'이것은 사기가 아니다' <법치주의의 배반>, 2016년 作
점점 검찰과 법원은 지난 대선과 관련된 의혹들을 잘라내고 있습니다. 상식적인 일을 기대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은 헬조선에서 자신들이 살고 있다는 국민들의 한탄을 깊어지게 합니다. 정의가 사라져 버린 대한민국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