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다시 광화문광장을 찾았습니다. 세월호 광화문 분향소을 찾기 위해서였죠. 세월호 관련해서 이 곳을 찾은 것은 이번으로 총 세번째입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그렇게 자주 가보질 못하게 되네요.
처음은 베트남에서 살다가 귀국해서 찾았던 2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을 했던 4월에 찾았었고 이후 거의 반년만에 다시 찾은 것입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임을 자랑스러워 했던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게 되었던 2014년의 세월호 사고는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직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해라.라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세월호 이야기는 거기에 있어요. 왜냐하면 아직 세월호와 관련해서 뭔가를 한게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미수습자들을 다 찾지 못했고 선체인양도 못했으며 진상조사는 물론 유병언의 재산환수도 전혀 못하고 있죠. 아직 세월호에 대해서는 우린 한게 없어요.
날씨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 푸르른 하늘이 좋으면서도 그 아래 놓인 하얀 천막이 절대 아름다워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반년만에 본 세월호 분양소는 화가나게도 변한게 없었지요. 아니 오히려 좀 규모가 줄었어요. 사람도 줄었구요. 광장 한켠에서 시민장터도 열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질적인 분위기도 풍기고 있었습니다. 아!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아직 세월호는 문제해결을 위한 아주 작은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화문 분양소를 한번 다 둘러보는데 채1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줄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의 사진은 걸려있고 서명운동도 하고 있고 노란 리본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전에도 저와 아내는 서명을 했고 리본도 달았고 성금도 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도 썼고 그 글을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도 해주셨죠. 하지만, 아직 세월호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해소될 가능성은 요원해 보입니다.
저는 앞으로 반년이 지나도 다시 이런 모습을 보게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더이상 뭘 할 수 있는게 없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지금 세월호와 관련된 뉴스들도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잊어버릴까봐 역시 걱정입니다.
세월호 사고 후 나 스스로에게 했던 '절대 잊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또 글을 쓸 것이고 또 그 곳을 방문할 것이고 관련 뉴스를 찾아볼 것이지만 그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까봐도 걱정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뒤에서 숨어 있는 비겁함을 가진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그렇게도 푸르른 광화문 하늘아래 퍼져 나갔던 하루였습니다.
"절대 잊지 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