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를 끌었던 영화 <부산행>을 봤다. 한국영화에서도 좀비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주었던 영화였다. 하지만 못내 아쉬움이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좀비의 디테일이나 고어적인 것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부산행이라는 좀비영화가 보여주는 것이 결국 <신파>였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좀비.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이 훌륭한 요소를 가지고 이정도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감독님을 이해해주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영화다. 영화에서 논리적 개연성을 따지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라고 생각해왔지만 이 영화는 새로운 장르를 가지고 90년대 감수성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며 90년대 식의 영화적 장치들이 난무했다.
연기자들의 연기 수준은 둘째치고서라도 시나리오가 좀 빈약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좀비물만이 줄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한 듯 하다. 오로지 좀비 그 자체만 있었다. 물론 좀비를 연기한 분들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게 하지 않았던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였다. 월드워Z를 떠올리게 하는 좀비들의 움직임은 좋은 모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온갖 요소들이 다 들어왔다. 사회에 대한 비판, 인간의 추악함, 그리고 지긋지긋한 눈물짜내는 장면들..
이 중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하나만 선택해도 좋았으련만, 너무 많은 흥행요소(?)를 담아내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게 오히려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했다. 관객들에게 감정을 강요만 하는 영화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마동석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의 캐릭터의 특징들이 흐리멍텅한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지 않았나 한다. 아마도 감독님께서는 역사에 길이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나 보다. 그런 욕심이 영화를 누더기로 만들었고 관객들의 많은 공감을 얻는게 실패할 것 같다.
물론 이런 혹평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게 했고 좀비의 묘사와 움직임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마동석은 역시나 귀여웠다. >.<
장르의 가능성이 생긴 만큼 다음에는 더 재밌는 좀비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