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JTBC 뉴스룸에 나와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터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영화과 세월호사고와 유사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부터 급 관심이 생겼습니다. 영화 개봉한 줄도 미처 몰랐습니다. 영화 평이 상당히 괜찮아서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재난영화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재난 영화 <부산행>과는 많이 다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터널>이란 영화가 너무 괜찮았습니다. 하정우씨의 말대로 이 영화는 세월호 사건과 많이 닮았습니다. 세월호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세월호사고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참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비단 세월호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어떤 형태의 재난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졌어도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모습이 재현될 것 만 같은 현실감이 넘쳐났습니다. 물론 세월호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진 많은 비정상적인 모습들이 영화에서도 담겼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말만 하고 있는 정부관료들, 사고의 원인은 부실, 자극적인 것만을 잡아내는 언론의 행태, 물질만능주의의 팽배한 모습들..
세월호를 겪지 않았다면 영화의 참 많은 모습들이 그냥 연출이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호참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관료주의적이며 국민의 안전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 아주 잘 보아왔습니다.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도 형편없고 사고 발생시 사용할 수 있는 장비 하나 갖추지 못하였으며 전문가들은 왜이리도 없는지 말입니다.
영화에서도 보여지는 모습들입니다.
자연히 나를 대입해보게 되는데 내가 저런 국가적 재난에 희생되었을 때, 과연 나는 국가의 도움이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은 예전에 버린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터널>은 그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 공감한다는 것은 아직도 세월호 이후 이 사회가 전혀 바뀐 것이 없다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마냥 무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하정우씨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배두나나 감초역할 톡톡히 했던 오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스토리의 영화를 황금빛으로 더욱 살려낸 배우들입니다.
간간히 보여지는 유머스러운 장면들과 대사들은 너무 무거워지고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키는 장면들을 중화시켜줍니다. 하정우씨의 연기력은 정말 수준급이더라구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올해 봤던 영화 중에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마음에 든 영화입니다. 추천할만한 한국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