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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당근마켓에 올린 스피커 판매가 실패했다

나의 당근마켓 판매 실패기

다들 당근 얘기 뿐이다. 우리 가족들은 당근앱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회사에 가면 다들 아주 열렬하게 당근에서 자신들의 물건을 팔았던 경험담들을 직원들이 공유해준다. 회사 물건을 그렇게 팔았다면..

여튼, 그들이 하루에 파는 양은 흡사 이번달이 다 지나기 전에 집의 모든 물건을 내다 팔 기세였다. 그때도 난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버려야 할 물건이 생겼다. 사실 귀차니즘이 습관을 넘어 체화된 나는 이전 같았으면 그냥 아파트 재활용품 수거함에 가져다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도 당근에 뭔가를 팔았다는 경험담을 공유해주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그 물건은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나름 좋은 제품이다. 소리에 깊이가 있다. 근 1년간 내 컴퓨터에 연결되어 내가 컴퓨터로 글을 쓸 때마다 옆에서 좋은 음악들을 내게 제공해준 녀석이다. 그런데 이 놈보다 더 좋은 게 나타났다. 어찌하겠는가 필요한 스피커는 고작 하나뿐이거늘.

그렇게 이 블루쿠스 스피커를 당근에 올려보기로 했다.

앱을 설치하고 지역인증을 하고 미리 찍어둔 사진을 업로드했다. 나름 몇가지 장점을 맛없이 적어두고 반응을 보았다. 2명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이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토록 흔한 말이지만 판매자로 하여금 기대를 하게 만드는 말, "좀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께요"

아마 평소라면 이 말을 사지 않겠다라는 말로 알아들었겠지만 판매자 입장이 되어보니 기대를 하게 된다. 왜 아직도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3~4일이 지났지만 혹시 구입할 생각을 해보셨는지요? 라고 물을 뻔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내 애지중지 애착 스피커는 그렇게 창고에서 이쁘게 포장된 채 음악 소리를 내지 못한채 잠들어 있다.

남들은 이걸 어떻게 파는거지? 라는 생각과 직원들이 점점 대단해 보인다. 물건 파는 능력이 내겐 없었음을 새삼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