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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인간이 만든 빛 공해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

2017년 11월 Science Advances 저널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서 인류 문명이 만든 빛 공해의 정도가 밝혀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인공위성 측정 값을 사용하여 야간에 지구 표면의 인공 밝기를 연구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과 2016년 사이에 야간에 조명이 켜지는 야외 공간이 매년 2.2%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기존에 조명이 있던 곳에 더 많은 빛이 더해져서 같은 공간의 빛이 연간 1.8%씩 더 밝아졌다고 합니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한반도의 밤

어두운 곳이 밝아지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글을 통해 밤에 밝아지는 것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빛은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짐승들로부터 지킬 수 있게 되었고 범죄를 방지하는 효과는 물론 생산성을 증가시켜 인류가 좀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야간 조명이 일조한 것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홍콩

빛 공해 부작용 1 : 별을 보기 어려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가로등도 많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새어나오는 전등 빛도 많지 않았죠. 그 땐 옥상에 올라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매일같이 구경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땅 보다는 하늘에 더 많은 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별 보기가 별 따기 만큼 어렵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아진 탓이 크지만 빛 공해에 의해 별빛이 가려진 것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깊은 산속 아니면 어디나 빛이 있어서 밤 하늘의 별을 온전히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IDA(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같은 곳에서 밤하늘을 빛공해로부터 해방시키는 운동을 하는 것이겠죠.

빛 공해 정도에 따른 밤하늘의 모습 변화

IDA는 국제 다크 스카이 협회라고 부릅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밤 하늘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다크 스카이 협회에서는 전세계에서 빛공해가 적은 곳을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고 여러 국가에 빛공해가 적은 조명을 권장하는 등 별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참고글 : 세계 최초 다크 스카이 국가 '니우에'의 밤하늘 모습)

 

세계 최초 다크 스카이 국가 '니우에'의 밤하늘 모습

태평양의 작은 섬 국가 니우에(Niue)는 국제 다크 스카이 협회(International Dark Sky Association)로부터 세계 최초의 '다크 스카이 국가'로 인정 받았습니다. 국제 다크 스카이 협회(IDA)란 빛공해로부터

sophistjin.tistory.com

야간의 도시의 조명이 땅은 밝게 비추지만 하늘은 안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와 시골은 밝은 곳이 서로 반대임을 표현하는 작품

빛 공해 부작용 2 : 동물들에게 해가 되는 조명

야간에 조명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산물입니다. 동물들을 위해 조명을 개발하고 설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명은 오히려 동물들에게 해가 되기도 합니다.

한 연구결과를 인용해보자면, 미국의 9.11 국립 박물관 & 기념관의 밝은 빛으로 인해 철새 110만 마리의 비행 경로와 속도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인공 조명이 철새들의 방향 감각 상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렇듯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피해를 동물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바다 해변에서 부화한 거북이들이 각종 조명등으로 인해 방향을 헷갈려 바다 반대 방향으로 향해 가는 바람에 의도치 않는 희생이 발생하는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진 사례입니다.

빛을 따라 바다가 아닌 도로로 이동한 바다거북이 새끼

이 외에도 작은 곤충, 동물들에게 인류 문명의 인공 조명등은 생리적, 행동적 변화를 끼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동물들은 더 많이 번식하거나 덜 번식하거나 하는 등 생태계 변화에 인공조명이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많은 조명으로 인해 멜라토닌 생성이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신진 대사, 면역 기능을 포함한 모든 신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데 야간에 많은 빛으로 인해 이 멜라토닌 분비가 적어지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수면 리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비만을 포함한 각종 현대인이 가지는 성인병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

그렇다고 지금 모든 거리에 불을 끄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수도 없습니다. 밤에 인공조명은 분명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인공 조명을 없애는 대신 줄이거나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상향광을 최소화하거나 후사광(backlight) 차단 장치를 부착하여 빛공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조명기구를 바꿔가는 노력을 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은 분은 좋은 빛 정보센터(goodlight.or.kr)에서 관련 정보를 한번 확인해 보세요. 생각해보고 적용해볼만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한 빛 공해에 대한 인식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빛이 오히려 우리의 미래를 더 어둡게 하고 있지는 않나 한번쯤 이 글을 통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