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1월 26일 제 5차 촛불집회에서는 광화문에서 150만명, 지방에서 40만명이 모인 사상 최대의 인원이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이 날 서울에서는 꽤 많은 첫눈이 내려서 참여인원이 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네요. 저도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저녁 7시 반쯤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니 역시 박근혜는 국민대통합을 이룬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네요. 어쩜 이렇게 이 많은 사람들이 한장소에 모여 '박근혜 하야'를 동시에 외칠 수 있는지 그 자리에 있어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습니다.
모인 시민분들의 나이대도 다양했고 연인, 친구, 학생들, 가족단위 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집단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과격한 시위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단속했습니다. 한 목소리를 통해 청와대에 그 소리가 전달되길 바라는 듯 했습니다.
곳곳에 서있는 차벽들은 꽃스티커로 도배되어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위문화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학은 존경스러울 지경입니다. 이번 촛불집회를 보는 것만큼 우리나라사람들이 자랑스러울 때가 없었어요. 최고권력자를 내려오라고 하면서 그렇게 평화롭게 그렇게 즐겁게 그렇게 질서정연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위대한 시민들입니다.
아내와 저는 경복궁옆 효자로를 따라 청와대 인근까지 걸어갔습니다.
이 근방에서도 사람들은 모여있었어요. 차벽이 설치되었고 전경들이 길을 막고 서 있었습니다. 이전 시위와는 다르게 '박근혜를 구속하라'라는 외침은 커져갔지만 전경과의 충돌은 없었습니다. 전경버스를 흔드는 사람도 없었고 부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차벽에 스티커를 붙일 뿐이었지요. 소리를 끄고 보면 축제를 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광화문 교차로에서는 저녁 8시쯤 박근혜퇴진을 원하는 소등행사를 진행했습니다. 8시에 동시에 그 많은 사람들이 1분간 촛불에 불을 껐습니다. 저항의 표시였습니다. 1분이 지난 후 다시 촛불은 켜졌고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추모곡이 울려퍼졌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150만의 시민들은 청와대 포위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멀리서보면 그 행진이 정말 장관입니다. 거대한 촛불의 강이 흘러가는 모습에 와~ 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왜 박근혜는 내려오지 않을까요?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깐게 아닌지..
제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10명만 모여서 내가 잘못한게 없어도 나보고 물러나라고 하면 '어머~ 죄송해요 ㅜㅜ' 하고 물러날 것 같은데 박근혜는 왜 이 인원이 모여도 물러날 생각을 안하지? 무섭지도 않나봐?"
네 그런가봐요. 다른 정치인들은 그래도 무서워 할 줄은 아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이 사태가 어떤 사태인지 아직도 감을 못잡는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외침을 듣고 그 자리를 보존하고 있긴 힘들테니까요.
그럼 대통령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할 때까지 계속 해야겠지요?
어제 참석한 그리고 참석하지 못했어도 마음을 보태주신 모든 국민분들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