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시골로 향했습니다. 서울로 이사오면서 그리고 회사일이 바빠지면서 시골로 가는 일도 반비례하게 뜸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내어 이번에는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더 바빠지면 바쁘지 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과 장인어른, 장모님을 너무 오랫동안 뵙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주말이면 시골에 들어가셔서 농사를 짓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늘 농사일로 인해 많은 노동이 소요되는 곳입니다. 노동 후 찾아오는 극도의 피로감과 허기짐, 그리고 직접 수확한 것들로 만들어 먹는 음식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깨우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농장 입구에 피어있던 나리꽃>
저희 부부가 찾아가기전 이미 옥수수 수확을 한차례 마친 상태여서 딱히 할 일은 없었습니다. 이 날 할 일은 조금 남은 옥수수를 수확하는 일과 그 옥수수 껍질을 벗겨 솥단지에 끓이는 일이었고 오이와 고추, 가지등을 따는 아주 간단한 일만이 남아 있었죠.
먼저 옥수수 밭을 갔습니다. 마지막 남은 옥수수 몇 개를 따고 낫으로 옥수수를 잘라냈습니다. 대부분의 옥수수는 맷돼지님이 다 헤집어 놨다고 합니다. 멧돼지는 옥수수 뿐 아니라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구마까지 다 파먹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서는 멧돼지에 대한 분노를 금하지 못했죠^^
<수확후 다 베어놓은 옥수수>
아주 작은 옥수수 밭에서도 엄청난 양의 옥수수를 딸 수 있었습니다.
옥수수를 옮겨놓고 이번에는 고추밭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는 청량고추와 꽈리고추, 아삭이고추, 가지, 오이등을 수확했습니다. 원래 고추밭 일은 고됩니다. 쪼그려서 고추를 따야 하기도 하고 더위도 상당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모님, 장인어른, 저, 아내까지 4명이 달려드니 고추도 금방 수확했습니다. 그 와중에 어마어마한 가지 크기에 놀랬습니다. 집에서 가지요리 해먹으면 상당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그마한 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던 방울토마토를 땄습니다. 너무 많아서 다 따기도 힘들었습니다. 잘 익은 것들로만 골라골라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
이렇게 오전 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장모님께서는 사위 오랜만에 왔다고 토종닭을 삶으십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토종닭과 옻나무를 많이 넣고 솥단지에 오랫동안 삶아낸 닭백숙의 맛이란...
비주얼부터 대단합니다. 맛은 말할 것도 없구요. 오래 삶아서 살코기가 얼마나 야들야들하던지요. 더운날씨에 몸보신 제대로 했습니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고나니 장모님께서 오전에 수확한 옥수수를 삶아서 내오셨습니다. 바로 딴 옥수수의 맛은 그 어떤곳에서 파는 옥수수와 비교할 수가 없죠.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잠이 쏟아지더군요. 방에서 눈을 잠깐 붙이고 나오니 장모님께서 서울에 가지고 올라갈 채소들을 분류해놓으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수확한 것들이죠. 고된 노동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흙냄새를 맡고 풀냄새를 맡고 신선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힐링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장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구요~~ 전에도 많이 받았는데...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노동을 통해 번잡했던 생각들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고 옥수수와 가지도 얻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