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거하게 먹고 부대끼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아내에게 잠시 산책을 다녀오자고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운동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아니 귀찮아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저는 송파구 풍납동에 삽니다. 이 동네가 그나마 서울에서 집값이 저렴하고 다행히 제 직장하고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평소에 산책을 하면 근처에 있는 올림픽 공원을 간다거나 한강주변을 걷는다거나 하는 특혜를 얻을 수 있는 곳이죠. 거기에다 풍납토성까지 서울치곤 산책하는 맛(?)이 있는 곳이라고 할까요?
어제는 평소 거닐던 거리말고 한번도 가보지 않는 깊은 골목 구석구석을 가봤습니다. 조용한 동네인 줄만 알았던 풍납동에 이런 구석골목까지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다는 것에 꽤 놀랐습니다. 이 또한 제가 가진 생각의 한계이겠지요. 지척에 떨어진 잠실역 근처 복잡복잡하고 화려한 곳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으나 풍납동의 골목 상권은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을 제가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만,,,
어딘지도 모르는 골목을 다니던 중에 아래 사진과 같은 곳을 봤습니다.
<명진이발관>과 <승현머리방>
요즘도 '이발관', '머리방'이란 표현을 쓰는 곳이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요즘은 이용원, 미장원이라고 보통 칭할텐데 글씨체부터 고풍(?)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제 고향에서도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간판입니다. 글씨체도 8~90년대에 봤던 것이랑 똑같네요. 흡사 드라마세트장에서 볼 법한 간판아닌가요?
서울은 세련되고 화려한 줄로만 알았던 제게 이 날 본 저 간판은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리동네를 좀 더 다녀봐야겠습니다. 더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