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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정보

스위스의 단호한 퇴근시간에 당황하다

스위스를 여행해보면 우리는 반드시 스위스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됩니다.

 

스위스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환경을 구경하는 여행지로는 거의 끝판왕에 가깝죠. 하지만 실제 보지 않고서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스위스

<스위스의 흔한 풍경>

 

 

스위스 자연

<스위스의 흔한 고산(高山), 3,000m>

 

가끔 스위스에 다녀왔던 사진을 꺼내 보게 되는데 실제 그 아름다움과 거대한 스케일을 직접보는 것은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것과 비교해볼 때 느끼는 감동은 몇 십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연환경보고 삼천리 화려강산이라 하지만 스위스와 비교하자면 스위스의 그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인해 우리나라 자연환경은 그냥 집 주변 텃밭이나 동산 정도로 바꾸어버리지요. 아무리 잘생긴 남자도 원빈 앞에서는 오징어가 되어 버리는 원리와 비슷합니다.(저 같은 사람은 원빈 앞에서 플랑크톤이나 삼엽충이 되지요) 그런 환경 뿐 아니라 선진국다운 선진시민의식과 대중 공공 시스템에 감동을 먹고 스위스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게 마련입니다.

 

 

취리히 기차역

<취리히 기차역>

 

우리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부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였으나 시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하나의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그건 바로 '단호박 같은 칼퇴근 문화'입니다.

 

스위스는 위도가 높아 여름이면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집니다. 그래서 스위스에서 다니실 때는 시간을 늘 잘 체크해야 합니다. 제가 8월 초에 스위스를 갔었는데 9시 반이 되어서야 슬슬 어두워집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저녁이라고 하는 시간대에 느끼는 시간개념이 혼선이 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저녁 7시가 되어도 아직 해가 떠있고 날이 아주 밝죠. 아마도 한국에서 4시정도 되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이 때문에 시간을 착각하여 기차를 놓칠뻔한 적도 있었죠.

 

백야

<저녁 9시 반 이제야 해가 졌네요>

 

 

인터라켄 동역

<인터라켄 동역>

 

인터라켄 동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 리던 중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들과 또 한무리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무리 중 몇 몇 사람이 뭔가를 사기위해 인근 마트로 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걸 보고 저희 부부도 뭔가 간식거리가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에 마트로 향했죠. 마트로 가던 중 먼저 마트로 향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저지당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뭔일인가 싶었는데 경비원이 하는 말을 듣고 사태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비원은 마트 출입구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려 사람들을 막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Nope! We Finished"

 

엥? 마트가 벌써 끝났다구? 아직 해가 중천인데? 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정각이였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6시되기 아직 2~3분이 더 남은 시간이였습니다. 관광객들이 사정하다시피 말을 했지만 그 마트 경비원은 단호박인듯 단호하게 'Nope', 'Nope'을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네 마트도 보통 저녁 10시까지는 하는데 스위스는 달랐어요. 걍 다 문닫습니다. 그래서 저녁 늦게 나가면 뭐 살 가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베른에 들렀을 때는 더 심했습니다.
베른에서 화창한 날씨에 감동하며 구시가지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한 5시 반쯤 되었을까요? 목이 말라 근처 식료품점에 들러 물을 사러 갔으나 직원들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더라구요. 아직 햇살은 너무도 눈부신 시간이였는데 그 유명한 관광지의 모든 상점들이 손님들을 내쫒고(?) 도미노마냥 차례차례 가게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아~ 놀랍기도 하면서 그런 여유가 부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베른

 

베른

 

 

우리나라는 야근없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든데 스위스는 야근하는 근로자를 찾기 힘들었어요. 저희 회사는 야근없는 날에는 축배를 들지만 스위스는 야근이란 말 자체가 없나봐요. 이렇게 야근을 안해도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것을 보면 정말 자연환경이 주는 축복인지 아니면 야근이 잘 사는 것과는 상관없던지 둘 중 하나겠죠?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러하듯이 근로시간이 국가의 경쟁력과는 무관함을 깨우쳐주는 곳이였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보다는 국가 구성원의 행복이 우선인 곳이 바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