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4~5학년때까지 믿었던거 같습니다. 간혹 친구들이 산타는 없는거라고 해도 전 그 친구들을 믿지 않았죠. 그때까지 한번도 선물을 받아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에 굴뚝이 없어서 그런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늘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양말을 걸어두었습니다.
그러나 굴뚝이 없는 다른 친구들도 선물을 받는 것을 보고는 전 내가 착한 아이가 아니였기 때문에 선물을 못받는다고 생각했고 더욱 더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선물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선물을 못받는 이유는 내가 걸어놓은 양말이 구멍이 났거나 구멍난 양말을 몇번이고 꿰메어 놓은 지저분한 것이라 산타가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에게 새 양말을 사달라고 그것도 선물이 많이 들어가게 목이 긴 양말을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납니다.
제 양말은 늘 구멍이 났습니다. 제동생들의 양말도 마찬가지였지요. 어머니는 늘 그 양말을 꿰메어 주셨습니다. 그 양말을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기위해 어린시절 무단히 노력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그 가난이 너무도 싫어서 부모님을 미워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버지는 외국에 나가 계셨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저와 동생들은 신문배달을 시작했습니다. 한달에 2만 5천원을 받고 새벽3시반에서 4시사이에 일어나 자전거 패달을 굴렸습니다. 동생을 뒤에 태우고 그 추운날 콧물 흘려가며 넘어지기도 하고 차에 받히기도 하고 비바람에 신문이 모두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비오는날 싸구려 비옷을 입고 배달을 하는 덕에 등교를 하고 나서는 온몸에서 고무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집에는 밤마다 빚독촉을 하는 사람들로 늘 시끄러웠습니다.
4~5학년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날. 전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장난감이였는지 학용품이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 이후로 전 산타를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지요.
그 때쯤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전 울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실신하셨고 동생들은 빽빽 울어댔지만 전 우는 흉내만 냈습니다. 더이상 할머니 등을 탈수도 없었고 가끔씩 받는 50원도 이젠 기대할 수 없었지만 울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리집에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것이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안계셨기에 제가 상주노릇을 한 것도 싫었습니다. 그런 현실이 그냥 싫었습니다.
더이상 산타는 내 마음에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냉혹했고 가난은 깊어졌습니다. 신문의 속지와 광고지를 끼우는 시간은 빨라졌습니다. 신문을 던지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능수능란해졌습니다. 어머니는 늘 우셨고 아프셨습니다. 동생은 거지소리를 들어야했습니다. 저는 늘 애들의 놀림과 선생님이 하사하시는 뺨을 맞아야 했습니다.
내 마음에 산타는 없었고 나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내 마음에 산타대신 사탄이 자리잡기 시작했던 때가.....
Santa... vs Satan.....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