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공항역에서 우리가 맨처음 목적지로 삼은 곳은 루체른(Lucerne)이였다. 원래 일정 여건 상 루체른은 패스하기로 했었는데 어차피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고 아내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마지막 일정 조정시 들르기로 하였던 곳이다. 스위스 대중교통은 너무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나 같은 길치도 어디든 찾아가기 쉽게 되어있다. 그리고 스위스패스 하나만 있으면 어떤 교통수단이든 OK.
<취리히 공항역에서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다>
루체른은 취리히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반정도 달리다보면 도착하는 곳이다.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창 밖을 보는 경치가 그리 좋다고는 하는데 취리히에서는 아니다. 취리히에서는 우리나라 수원의 분위기가 난다. 취리히를 벗어나면 넓은 들판과 산,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스위스에서는 대중교통(기차, 버스, 트램)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탑승할 수 있다. 역시나 애견자의 천국이다. 신기하게도 스위스에서 만난 개들은 다들 얌전했고(최소한 기차나 버스에 타고나서는) 대소변을 보는 개들도 못봤다.
<기차에 올라탄 애완견>
일기예보상에는 스위스 전지역에서 비가 오는 상태였으나 취리히부터 루체른까지는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스위스는 날씨가 화창해야지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 들판과 나무의 푸른 색부터 호수 색깔까지 하늘의 파란 빛과 더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드디어 루체른 역에 도착. 루체른 역에서 다음 인터라켄까지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한 후에 우리에게 남는 시간을 계산한 후 역 밖으로 나갔다. 밖을 나가자마자 루체른 호수(Lake of Lucerne)가 보이고 꽃보다 할배에서 보았던 백조들이 호수가에 오리들과 더불어 포진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말이 백조는 그냥 큰 거위같다.
<루체른 역>
여튼 좀 더 나가보면 제다리(See Brucke)가 보이고 바로 좌측에 카펠교가 보인다. 역시 사진에서 보던 그모습 그대로이다. 지친몸을 이끌고 첫번째 목적지에 다다르니 이제야 비로서 스위스에 온 것에 실감이 났다. 카펠교는 1333년에 만들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이고 꽃으로 다리를 장식해 놓은 것이 아기자기하니 이쁘다. 카펠교를 지나다보면 천정부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총 112장으로 카펠교 축조 당시 중요한 사건이나 루체른 수호성인의 생애등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제다리, See Brucke - 이 다리 왼쪽에 카펠교가 있다>
<카펠교>
그 그림들을 보며 카펠교 반대쪽으로 건너가면 시내가 나온다. 유럽의 대부분의 건축물이 그러하듯이 오래된 건축물을 잘 보존하며 시가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리저리 골목을 걸어다니는 맛이 좋다. 루체른 호수와 그 호수에 모인 백조들. 그리고 그 백조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지나 걸어가는 그 길 또한 너무 이쁘다. 루체른 호수에는 많은 선착장이 있는데 여러코스로 유람선을 타거나 다른 관광지로 이동을 하게 된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여기 선착장에서 리기산으로 가는 것이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되는 것 같아 포기. 다음에 스위스를 다시 들르게 된다면 가야할 것 같다. 정말 여유가 넘치고 싱그럽기까지 한 스위스는 너무나 훌륭한 휴양지이다.
제다리(See Brucke)를 건너 우측으로 쭉 5분정도 걸어가다보면 8세기 중반에 지어진 호프 교회가 있다. 이 호프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으로 꽤 유명한 듯 하였다. 물론 우리가 갔을 때 이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파이프 오르간을 처음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호프 교회>
근데 몇 시간 다니지도 않았는데 어깨와 다리가 아프다. 짐을 들고 구경을 다니려니 이건 흡사 완전군장하고 하는 행군같다. 그래서 다시 루체른 역으로 돌아가 짐보관소에 각자의 배낭을 넣어두었다. 가는 길에도 역시 많은 개들을 보았다. 애견의 천국 스위스 거대한 개들이 많다…..
<깜짝놀랐던 대형견, 이건 소다!! 소!>
루체른역에서 이용한 짐보관소 이용 요금은 6프랑이라는 거금이지만 그 돈 아끼지 말기 바란다. 여행은 몸과 마음이 편해야지, 돈 몇 푼 아끼려다 끔찍한 고통속에 여행하게 되는 것은 여행의 기본이 아닐 것이다. 짐보관소는 웬만한 역에는 다 있으며 가격은 4~6프랑정도이다. 큰 짐 두개는 넉넉히 들어가는 공간의 수납장소이다. 다만 보관 후 키는 잃어버리지 말도록 주의!! 그렇게 어깨에 자유를 주고나서 우리는 조금 더 남는 시간에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갔다. 역시 루체른 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였다. 아까 갔던 호프 교회를 바라보고 좌회전하여 쭉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작은 공원이 나오는데 그 공원안에 이 사자상이 있다. 이 사자상은 프랑스혁명때 루이 16세가 머물던 궁전을 지키다 전멸한 800명의 스위스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 역사적 사실보다 이 사자상이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컸다. 조각이라고 하기엔 정교함도 훌륭했고 사자상 앞에 있는 작은 연못은 잔잔해서 더욱 사자상의 의미를 무겁게 다가오게 하였다.
<빈사의 사자상>
잠시 이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가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가기 위해 루체른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COOP에 들러 음료수 하나 쪽쪽 빨다보니 눈 앞에 트램이 보인다. 스위스패스를 가진 이에게 이 트램은 무료겠다? 아내는 낼름 트램에 올라탄다. 이 트램 타보니 표 검사도 안한다. 나중에도 자주 트램과 버스를 이용해보았지만 표검사를 잘 안한다. 역시 선진국은 사회구성원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있는 듯 하다. 여튼 이 트램을 타고 후다닥 재빠르게 루체른역에 도착했다. 이 트램을 타지 않았다면 기차시간을 놓칠 수도 있었겠다. 다시 짐보관소에서 짐을 찾아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거기에 우리의 첫 숙소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