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있을수 있음)
첫사랑이 있으신가요?
첫사랑에 관한 잔잔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영화가 있습니다.
건축학개론.
왜 제목을 건축학개론으로 했을까 하는 의구심은 접어두고 영화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당신의 첫사랑은 어땠습니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이용주 감독은 아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첫사랑의 추억을 매우 적절하게 정제하여 영화속에서 보여주게 됩니다. 특히, 당시 1990년대의 대학생 아주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죠. 이 과정에서 건축학개론이라는 것은 아무 쓸데 없는 것입니다. 그냥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재일 뿐이죠. 실제 건축학개론 수업을 들으면 영화에서 나오는 수업과는 아주 다른 내용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소재, 제목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컸습니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소재가 영화에서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일관적으로 연결하는 배경으로서 역할은 하게 됩니다.
15년만에 첫사랑을 만났다는 설정.
생각만해도 가슴뛰지 않습니까? 지금 3~40대가 되어 있을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15년이란 시간이 모두에게 참 짧았을 터이지만 15년전의 감정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을 얘기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아련하고 풋풋한 사랑이 흡사 나의 모습인것 같았죠. 물론, 저의 첫사랑은 한가인처럼 생기지 않았었고 지금도 한가인처럼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한가인처럼 생겼다면 전 다른 결말을 만들어 냈을까요?
한가인은 참 이뻣어요~(ㅎㅎ)
감정처리가 미숙했던 20살 그 날의 햇살은 아름다웠기도 했으며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 때가 기억이 납니다.
나도 그렇게 한 여자로 인해 가슴아프고 눈물이 났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더구나 전 건축과에 다녔었죠.
한가인이란 초미녀만 빼고서는 모든 것이 나의 경험과 유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했을 그 시절이 이 영화를 통해 솔솔 기억이 나게 한 영화였습니다. 대리만족처럼 첫사랑을 만나게 해준 영화를 보며 그 때 나를 흔들었던 그녀를 기억해봅니다.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선잠결에 스쳐가는
실낱같은 그리움도
어느새 등넝쿨처럼 내 몸을 휘감아서
몸살이 되더라
몸살이 되더라
떠나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왜 그리 텅 비어 있었을까
날마다 하늘 가득
황사바람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불어나고
나는 휴지처럼 부질없이
거리를 떠돌았어
사무치는 외로움도 칼날이었어
밤이면 일기장에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
이라는 단어를 채워넣고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 이외수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
CATCHING THE BREEZE -Jan Saud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