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사무실을 나서서 인근 도로 신호등에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중
좌측 길을 따라 시선을 잡아끄는 닭둘기 한마리가 보였다.
그 닭둘기는 뒤뚱뒤뚱 걸으면서 도로를 건너고 있었다.
닭둘기는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중앙선까지 진입하고 있었는데 앞 차선에서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어..어.. 저거 치이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닭둘기는 로마시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듯이
중앙선을 건너는데...
자동차의 속도가 더 빨랐는지 닭둘기 앞을 씽~하니 지나갔다.
근데 참 이녀석 반응속도 느리다. 차가 지나간 후에야 깜짝 놀라며 방향을 바꾸어
역시 뒤뚱뒤뚱 되돌아가더라.
반대편 차선 1/3지점을 지나는 중 달려오던 차가 있었는데 역시나 반응속도
느리다. 5m 간격까지 올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차가 달려오니 그제서야
그 힘찬 날개짓을 하며 무거운 몸뚱이를 날려보는데 이미 차의 앞범퍼는 그 작은
날개를 꺽고 그 무거운 몸을 '퉁'하고 치고 말았다.
한 10여미터를 날아가 다른 차선중앙에 떨어지고 말았으니 차들이 미리 발견하고
행여 깔고 지나갈까봐 속도를 줄여 피해 지나간다.
여전히 그 불쌍한 닭둘기는 바르르 날개를 떨고 있었고 난 차마 그녀석의 최후를
바라보지 못하고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지자 자리를 떴다.
비둘기가 나의 모습과 흡사하여 머릿속에서 그 로드킬 장면이 지워지지 않는다.
늘 위험이 도사리는 도로를 건너는 것처럼 위태로운 우리의 삶.
원하든 원치않든 무자비한 인생의 풍파속에 무방비로 놓여진 우리네 삶.
힘있고 탐욕스런 자들에게 로드킬을 당하는 서민들과 그 비둘기가 자꾸 오버랩 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일.
자동차의 잘못인가, 그 비둘기의 잘못인가
아님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순응해야 하는 약자의 운명인가
자동차의 배려는 너무나 큰 욕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