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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투표는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가

오는 4월 13일은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대통령선거든 국회의원선거든 지방 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든 언제나 투표율이 관건입니다. 19대 총선의 투표율은 54.2%에 불과했습니다. 18대 총선 투표율인 46.1%에 비하면 많이 올라간 수치이긴 하나 여전히 투표율은 낮은 편입니다. 연령별로 따져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투표율이 높았습니다. 20~30대의 투표율은 언제나 저조하더군요. 

투표율이 저조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언론에서 흔히 말하듯 정치혐오증이 있을 수도 있구요.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정치무관심이 자리잡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혐오든 정치무관심이든 투표가 내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내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고 믿는다면 이렇게까지 투표율이 낮지는 않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행세를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 투표입니다. 나를 대표하는 자를 선발하여 국가의 여러 일들을 맡게 한다는 뜻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국가 운영 방향을 유권자가 설정한다는 뜻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오늘 아내와 함께 사전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막상 투표일날 회사일로 인해 투표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전투표제는 굉장히 훌륭한 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기 지역에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나 다른 업무로 인해 부득이하게 투표를 하기 어려운 저같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제도이지요. 


투표를 하기 전 당연히 제 지역구에서 출마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었지요. 사실 아는 사람은 뽑고 싶지 않았고 모르는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지만 마땅히 뽑고 싶다고 생각되는 후보분들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투표를 했습니다. 제가 투표를 한 기준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국가운영방향을 보고 결정을 했지요. 공약도 중요하지만 공약과 후보자가 속한 당의 기본 정치철학등을 살펴보고 결정했습니다. 무효표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회와 그나마 가장 유사한 지향점을 보이는 당과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물론 그 당과 후보가 딱 일치하는 것만은 아닙니다만)


지금 당장 뽑을 만한 인재가 없다고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국가운영철학이란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범주내에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크게는 '보수' '진보'가 있을 것이구요. 세부적으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진보내에서도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당(또는 후보)가 있을 것이고 사회적 평등을 강조하는 당도 있고 사회주의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당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수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별로 여러가지로 구분되는 '가치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내가 원하는 사회상을 구현하려고 하는 당과 후보를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약간의 관심만 가지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혹자들은 내게 주어진 이 한표 가지고 세상이 바뀔 것이냐라고 반문하실수도 있지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내가 한표를 행사하든 안하든 세상은 꿈쩍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표를 시작으로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는 자들이 집단을 이루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그렇게 집단을 이루었다고 내가 원하는대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왜 투표를 해야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실텐데요.


투표, 선거


그건 투표로 인해 정당과 후보자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투표율이 가장 높은 것은 60대 이상입니다. 20~30대보다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수적 가치를 내 건 당들이 손쉽게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5~60대 이상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선거때마다 쏟아지는 것입니다. 물론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이 안나오는 것은 아니나 여러분들이 선거대책위원장이라고 한다면 노년층과 청년층에서 누구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시겠습니까. 당연히 투표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답하실겁니다. 


그렇기에 투표를 통해 후보들과 정당들이 내 눈치(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보게 되고 정책을 만들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선거가 이번 한번만 하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늘 선거는 다시 돌아옵니다. 그 때 표를 얻고자 하는 자들이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게끔 만드는 것은 나를 시작으로 행사되는 그 단 하나의 표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사회와 정치는 만들어져가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보수의 가치를 따른다고 하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진보의 가치를 따른다고 하면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게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수당이든 진보당이든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선거만 하면 읍소하거나 잘못을 비는 새누리당, 이 전략이 통하는 것에는 유권자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뉴시스>


정치인들이 일을 안하는 것은 일정부분 유권자의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국민(=유권자)를 두려워 하지 않는 것도 유권자들의 책임입니다. 내가 가진 무기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세상탓 만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책임과 소임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책임을 다하는 일은 바로 투표로부터 비롯됩니다. 후보자들이 내 표 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도 투표로써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투표는 내가 희망하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완벽히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일부사람들 또는 집단들에게만 이득되게 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세상이 확 변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거를 거치면서 국민여론의 형성 모습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것입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역시나 투표입니다.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투표. 그냥 방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 스스로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순간 국가도 나를 신경쓰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