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올해까지 대한민국을 강타한 키워드 중 하나는 "헬조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범하게는 절대 살아가기 힘든 비범한 땅, 대한민국을 비하하는 말 맞습니다. 이 말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오세훈같은 사람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나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자긍심하고 애국심이 그냥 생기나요? 개발도상국같은 곳과 비교해서는 좋은 곳이다라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없다고 저는 생각하는 바입니다.
불행히도 저 또한 대한민국은 살기 힘든 곳입니다. 제작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아봤었는데요. 물론 한국보다 열악하고 민중들이 살기 힘든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보다 한국이 낫다라고 자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기하게도 베트남 사람들의 행복도는 우리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건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특히 청년들의 고단함에 대해 마음이 쓰입니다. 물론 아이들이나 노년들의 어려움도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지만요.(우리나라 어떤 계층도 힘들지 않는 곳이 없군요) 저는 우리나라 청년들에 비해 그나마 좀 낫긴 합니다. 대기업에 취업도 했구요. 결혼도 했고 집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중형차도 하나 끌고 다니긴 합니다. 얼마전에 아내가 운전연습하면서 이리저리 긁히긴 했지만 성능은 꽤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평안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직 집을 살 때 받은 대출은 좀 남아 있습니다.(다른 분들께는 죄송할 정도로 아주 작은 빚일 뿐입니다.) 그리고 내 삶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엄청난 야근으로 인해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희 가족 모두가 잘 사는 것도 아니지요. 제 얘기가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저도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에 겨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지요. 저에게도 대한민국은 헬조선입니다.
<이미지 출처 : 이투데이>
40년 가까이 살면서 한때는 대한민국에 대한 긍지도 가졌었지요. 그런 생각을 한 시절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대까지는 가난으로 인해 저도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가난한가'
'가난한 자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가'
라는 의문이었지요.
어릴적 배웠거나 어른들에게 듣는 말로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과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돈이 없으면 행복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었고 행복에 있어 금전적인 문제가 어느정도 기인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앞서 제게 저런 말을 해주신 분들은 가난한 분들이었지만 꼭 행복해 보이지만도 않았어요. 결국 행복은 재산의 양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릴적 생각해 보았었습니다.
어떤 사회든 모두가 부유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대부분이 부유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부유하지 못하면 불행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가에 대해 누가 "그렇다"라고 답해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가난한 자들은 그 원인을 그 개인에게만 찾아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개인의 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박이나 불법적인 것에 재산을 탕진한다던지 불로소득만을 원한다던지 하는 개인의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는데 동감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가난은 대물림에 의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노력으로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있다고 해도 극히 소수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떨때는 노력이라고 하는 것들이 꼭 정의롭지 않은 방법이 많다라고 느껴집니다.
저는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릅니다.
무한한 경쟁에 던져져서 소수만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그 경쟁내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 용인되는 구조를 가진 사회가 아닌가 합니다. 무릇 경쟁이라 함은 그 출발선이 평등해야 합니다. 출신지가 좋아야 좋은 학교를 갈 확률이 높은 사회, 돈이 많으면 기회가 많아지는 사회는 절대 평등하지 않을 뿐더러,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의 지향점이 한 곳으로 귀결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대기업 취업을 위해,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건강한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사람의 수 만큼이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진데,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만을 삶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을 어떻게 옳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위정자들은 절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행복을 금전적인 것과 결부시키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를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포함해 우리 후손들은 정말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도 두번다시 기회를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
돈과 직업이 없으면 인간답게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
그리고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가 존재하는 국가.
그리고 이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은 사회.
이런 대한민국은 저에게도 헬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