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저보고 단 한 곳의 서양 고대 건축물을 볼 수 있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느냐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과 같이 말할 것입니다.
"로마의 판테온이요"
건축과 학생시절 서양건축사에서 배운 수많은 건축물중에서 유독 내 눈길을 끌었던 건축물이 이 판테온이었습니다. 그 형태가 오묘했고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신혼여행으로 떠난 파리에서 팡테옹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파리의 팡테옹은 그 공간감이 책에서 배웠던 것의 몇 배로 압도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 때도 저는 로마의 팡테온(Pantheon)을 생각했습니다.
또 그건 얼마나 신비한 공간을 체험하게 해줄까 라는 기대를 더욱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만을 한지 십 수년이 지나고 저는 결국 팡테온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출장을 떠날 때 경유지가 로마였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맞지 않아 다행히 로마시내 구경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죠. 하지만 제 욕심대로만 할 수는 없었어요. 출장으로 다녀오는 것이었고 저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으니 내 맘대로 이러자 저러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나름 코스를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베드로성당 - 콜로세움 - 트레비분수 - 스페인광장 으로 움직이자고 로마에 도착한 전 날 저녁을 먹으며 결정되었습니다. 저는 판테온을 가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동선이 도저히 나오지 않음을 인정하고 다음에 아내랑 같이 와야겠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콜로세움>
그렇게 다음날 호텔에서 나와 어마어마한 베드로 성당을 구경하고 콜로세움 앞에서서 사진을 찍고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스페인광장으로 향하기 전,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으며 점심도 미처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점심을 먹으러 움직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행중 한 분이 전 날 제가 판테온 얘기를 하는 것을 귀담아 들으셨는지 갑자기 판테온을 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트레비 분수 있는 곳에서 길을 물어물어 판테온으로 향했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골목을 누비며 갈림길이 나올때마다 길을 묻고 걸어가기를 20여분.
<골목을 지나 보이는 판테온>
<판테온, 린텔부위에 AGRIPPA 라는 글씨가 선명합니다.>
어느 좁은 골목을 나오자마자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판테온.
아!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제가 그토록 보길 바랬던 판테온이 눈 앞에 있었고 그 위용은 제가 기대한 것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얼릉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아내에게 보냈습니다. 아내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아내도 엄청 좋아했을 것입니다. 아내도 무지하게 보고 싶어했던 건축물이었거든요.
<아내와의 카톡!>
판테온은 아그리파의 작품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고 칭송한 건축물입니다. 라파엘로의 무덤이기도 하죠. 내부는 완벽한 원형의 공간이며 상부에 뚫린 7.5m의 거대한 구멍은 기압차이로 인해 비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죠. 현대 기술로도 재현해 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을 떠나서 너무 아름다운 구조물입니다. 판테온 앞 분수대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건물을 구경하고 있었고 입구에도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입장료가 따로 없어서 곧바로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카메라 프레임 전체에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공간이 내 맘에 따스하게 머물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와 함께 있어서 그 옆에 서서 잠시 저도 설명을 듣고 다시 세세히 내부를 살펴보았습니다.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위대한 건축물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리석과 이 원형 공간의 만남은 너무나 신비로웠습니다.
과연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라 불리울 만 했습니다.
[위키백과 설명]
판테온은 그리스어 ‘판테이온’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의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으로 사용하려고 지은 로마의 건축물
주소: Piazza della Rotonda, 00186 Roma, 이탈리아
완공: AD 126년
높이: 46 m
영업시간: 금일 영업 · 오전 9:00~오후 6:00
연락처: +39 06 6830 0230
건축 양식: 로마 건축
제가 건축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이 건물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한참을 내부에서 구경을 하다 점심을 먹으러 판테온 앞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가 막힌 자리 선정이었습니다. 판테온을 앞에 두고 식사를 하는 기분. 황홀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여를 앉아있다 로마를 떠났습니다. 판테온을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죽을 수는 없겠네요. 이젠 스페인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판테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