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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정보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구시가지를 거닐다.

회사 출장으로 2박 3일간 들르게 된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 전혀 무지했고 그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미처 기대해보지도 않았던 곳이었기에 더욱 더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출발하기 전 이 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생각도 안 했었습니다. 로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스플리트행 비행기를 프로펠러로 구동되는 비행기를 탈 때만해도 아~ 내가 아주 촌구석 도시를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플리트는 그저그런 촌구석이 아니었습니다. 

그나저나 프로펠러 비행기는 참으로 시끄럽더군요. ㅎㅎ


<호텔로 이동한 성곽의 작은 문>




해가 다 진 후 늦은 밤 도착한 스플리트는 조용했습니다. 저희가 묵을 숙소가 어딘지도 모른 채 차를 타고 20여분을 달렸습니다. 차가 멈춘 곳은 해안가였습니다. 하긴 스플리트란 도시가 해안에 위치에 있으니 신기할 일도 아니네요.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 가보니 어둠 속에서도 범상치 않은 성곽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 뭔가 대단한 관광지 같다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라 성곽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로 작은 문을 통해 그 성벽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와 신기하다라고 생각하자마자 우리가 묵을 호텔이 있었습니다. 호텔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작은 규모였죠. 주인아저씨가 나와서 방을 배정해주고 아주 잠깐 설명을 해주는데 매우 오래된 성의 내부이며 보수도 한번 안 한, 말 그대로 박물관 같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성도미누스

<성 도미누스 성당>


시간이 나면 주변을 둘러보라고 권유를 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전형적인 한국인 아저씨들 이었습니다. 짐을 방에 놓자마자 호텔 1층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고 맥주를 엄청나게 주문해 먹었습니다. 그 귀중한 시간을 맥주와 함께 했네요. 하긴, 그 시간에 어디 나가기도 좀 그렇긴 했어요. 늦은 새벽까지 뭔 놈의 술을 그렇게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밖이 환해졌습니다. 저는 여행자 모드로 변신하여 혼자서 호텔 주인아저씨가 권유해주신 것처럼 밖을 나갔습니다.



이제 해가 막 뜨려는 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저희가 묵었던 그 곳은 크로아티아의 대표적인 휴양지 스플리트의 구시가지였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있던 곳이었어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어 있는 곳입니다. 밝은 시간에 보니 이 성곽과 건물들이 더욱 고풍스럽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묵었던 호텔은 성도미누스(St. Dominus) 성당의 종탑 바로 옆이었죠. 물론 그 건물이 성도미누스 성당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보자마자 범상치 않은 건물인줄은 바로 알아보았습니다. 성당을 지나 바로 옆에 유명한 디오클레이아누스 궁전의 안뜰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구시가지의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일단 여기가 어디 인줄은 모르겠으니 전날 밤에 봤던 바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방향을 잡고 밖으로 걸어나갔습니다. 구시가지 성벽 밖을 나가자마자 확 트인 해변거리가 나옵니다.

 

나중에야 그 이름과 명성을 알게 되었지만 그 곳은 리바거리(Riva Promenade)었습니다. 저희 직원들은 어제 맥주로 인해 아직 꿈나라에 있었고 나 홀로 이렇게 나온 보람이 얼마나 컸는지는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리바거리



리바거리


앞에 보이는 바다는 아드리아해입니다. 얼마나 맑고 고요하며 아름다운 바다인지요. 아침햇살이 잔잔한 물결 위에 미끄러지며 뛰놀고 해안가에 정박되어 있는 선박과 요트들은 천천히 흔들릴 뿐이었지요. 전 이 바다를 보며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 



잠시 벤치에 앉아 한없이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한국바다에서는 흔한 바다 짠 내도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요. 저처럼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몇몇만 보였을 뿐입니다. 이 리바거리를 끝에서 끝까지 거닐어보면서 크로아티아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인지가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아침스케줄 때문에 전 이내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구시가지 곳곳을 돌아봐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습니다. 이 날은 브라치섬에서 업무가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곧 항구로 향했습니다. 방금 전 걸었던 리바거리에서 멀지 않는 곳에 배가 있었습니다. 이 브라치 섬도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는 정보를 한국에 있는 아내가 전해주었습니다.



<고요한 아드리아해>


배를 타고 1시간정도 가면 브라치(Brac)섬이 나옵니다. 일 때문에 이리저리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브라치섬은 너무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알 수 있었죠. 다행히(?) 스플리트로 돌아오는 배를 놓쳐 선착장에서 3시간을 기다리는 통에 브라치 섬에서 아름다운 일몰도 볼 수 있었습니다.


브라치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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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치 섬>


그 날 밤에는 일 때문에 노트북을 붙잡고 거의 밤을 세다시피 했습니다. 겨우 2시간 자고 일어나 노트북을 펼쳐들고 보고서를 만들고 한국에서 못했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니 또다시 밖이 밝아지더군요. 서둘러 보고서를 메일로 보내고 난 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어제보단 좀 늦게 나가고 싶었습니다. 커피한잔을 더 마시고 난 뒤 사진기를 둘러메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반대쪽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Green Market>


아침영업을 준비하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고 리바거리로 나갔습니다. 전 날 봤던 라바거리의 감동이 다시 밀려들어왔습니다. 어찌나 날씨는 좋던지 따가운 햇살로 인해 눈을 못 뜰 지경이었습니다. 리바거리에 노천카페가 많은데 이곳도 슬슬 영업준비 중이었지요. 리바거리 끝까지 가니 비둘기들을 희롱하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요.




riva, 리바거리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리바거리


<리바(Riva) 거리>


다시 성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분들도 보이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나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한 골목에 들어서니 수산시장이 보였습니다. 작은 규모였으나 활기가 넘치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환경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맞나 봅니다. 시장상인들이며 수산물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며 웃음꽃이 만발한 공간입니다. 그렇게 골목골목을 다녔습니다. 


골목들은 어쩜 이렇게도 포근한 공간감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는 곳마다 작품이 됩니다. 우연치 않게 다시 성 외곽으로 나갔는데 역시나 범상치 않은 동상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종교지도자였던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이라고 합니다. 

아 동상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이 곳은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했습니다.



<스플리트의 수산시장>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




다시 골목골목을 거닐다 숙소 근처로 오니 성도미누스 종탑 앞에서 걸죽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악사가 있었습니다. 사실 어제도 봤던 분입니다. 그 악사 앞에 앉아 노래를 들었습니다. 저를 보고 “꼬레아~ 서울~” 하며 아는 체를 합니다. 그리고는 노래에 “꼬레아~” “서울~” “캄사합니다~” 라는 추임새를 섞어 줍니다. 아무래도 영업 좀 할 줄 아는 분인 듯!




한참을 노래를 듣고 있으니 제 일행이 제 옆에 앉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저 옆에 지하궁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헐~ 왜 성도미누스 성당 옆 안뜰에 사람들이 그렇게 몰려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직원과 함께 그 곳을 가봤습니다.

지하궁전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건물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지하공간은 기념품 상점으로 가득했는데 사진으로만 봤던 영화 속 장면 같았죠. 우와~ 이러면서 그 공간을 통과하니 리바거리로 나오더군요. 곧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지만 리바거리에서 냉커피 하나 먹자고 얘기해서 눈으로만 구경했던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커피한잔에 대략 6천원정도로 싼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 제가 이런 곳에서 여유를 부려볼 수 있었겠습니까.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저는 스플리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다음 번 유럽여행은 바로 크로아티아로 삼겠노라고.

아름다운 도시 스플리트가 사실 많이 안 알려졌으면 좋겠더라구요. 그래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더 많이 알려지기 전에 다시 이 곳을 와보거나~!


아! 그리고 크로아티아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최장신인 나라라고 합니다. 어쩐지 다들 어마어마들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