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송된 무한도전('무도')에서는 <배달의 무도>의 마지막을 방송했습니다. 지지난주에 하하와 유재석이 일본 우토로 마을에 방문하여 저도 미처 잘 알지 못했던 강제 노동의 잔흔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 우토로 마을을 방문한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라고 평가되었지만 지난주 방송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하하는 또다른 강제노역의 역사를 가진 곳이자 일본이 유네스코에 등재시킨 지옥의 섬이라 불리우는 하시마 섬을 찾았습니다. 하시마 섬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으나 이번 방송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을 더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하시마 섬의 슬픈 강제노역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일본인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이자 일본 근대화를 일군 주요한 탄광으로 알고 있었겠죠. 그러니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웃을 수 있고 사진을 찍어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분노가 치밀기도 하면서 이름없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연민도 일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제 자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가이드의 말과 실제 하시마섬에서 노역을 하셨던 할아버지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번갈아 보여지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울컥했습니다. 너무도 모르고 있었던 제가 부끄러웠고 이렇게도 무력하게 있는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의 작은 위상에 분노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말이 어찌나 슬프게 들리던지요. 그렇게도 고생하며 청춘을 다 바친 분들에게 어떤 보상도 지금껏 없었다는 사실에 어찌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일본 정치를 비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무한도전 제작진은 다카시마에 들려 하시마섬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공양비가 있다는 이야기에 그 공양비를 찾으러 갔으나 거의 방치되고 있다시피한 현실에 말문을 잃었습니다.
이는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일본정부일 것이고 그 다음은 신경쓰지 않은 한국정부일 것이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우리 후손들에게 그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방송 이후로 무도가 가진 파급력으로 인해 앞으로 우토로 마을이나 하지마 섬, 강제징용에 대한 관심은 늘어날 것입니다. 이번 방송이 예능답지 않게 재미가 없었다라고만 비난받지않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우리가 예능의 입을 빌려 일제 강제징용을 알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젠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 황우여의 국정교과서가 왜 역사교육에 옳지 않는지 깨닫는 노력을 우리 스스로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국민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 우익과 정부를 질타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원통하게 돌아가신 수많은 징용자 및 위안부 할머니들과 같은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무도의 <배달의 무도>는 일제 강제징용문제, 가족의 사랑, 한국의 근현대사를 아울렀던 국민예능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무한도전이 오랬동안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