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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자취의 추억

자취의 추억12 - 애완동물 이야기

 이번편에서는 우리형제가 자취를 하는 동안에 키웠던 애완동물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자취의 추억4 - 이름모를 강아지를 하늘로 보내다' 편에서도 말했듯이 내 동생은 동물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인간들을 싫어하고 그 외의 다른 생명체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둘째 우현이는 인간이란 종족은 그렇게 폭력으로 다스리더니 식물, 동물, 자연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아끼고 보살피는 것을 보자면 분명 전생에 동물이나 식물.. 그것도 아니면 광물 뭐 그런 비스무리한 것이였으리라.. (인간에 의해 죽어간.. 나는 고릴라였다고 확신하지만) 여튼 가끔 같이 티브이를 보고 있자면 자연다큐를 자주보게 되는데 그때 나오는 밀렵꾼 이야기라든지 밀렵꾼을 체포하는 사람들이야기만 나오면 완전 흥분한 고릴라가 된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하길,
 "형!! 나 저런 밀렵꾼 잡는 사람될래. 그래서 동물저렇게 잡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죽여버릴거여"
동물은 죽이면 안되고 저런사람은 죽인단다....(물론 나쁜 사람들이지만)
여튼, 둘째동생의 동물사랑은 알아줘야 한다. 늘 동생과 저녁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애완동물 판매점을 지나오게 되면 거기에 있는 강아지들을 보고 좋아라 했고 나중에 커서(그때도 컸는데) 시베리안 허스키나 말라뮤트같은 개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물론 나도 나중에 앞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게되면 그 개들을 2마리 이상 키워보고 싶었으나 당시 우리 자취방에는 짐승같은 삼형제가 살기에도 너무 좁았으므로 불가능했다. 허나, 자취를 하는 동안에 몇 마리의 애완동물은 키워본 적이 있었다. 이번편에서는 그 애완동물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지치지 않는 성대를 가진 소프라노 강아지
연화마을에 살던 당시 키웠던 자취생활 1호 애완견이였다. 동생이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에게 무료로 받아서 데려온 녀석이였다. 밖에서 키우기에는 장소가 마땅치 않고 혹여나 도망갈까봐 그 좁디좁은 첫번째 자취방안에서 데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오랜만에 키우는 강아지가 이뻤는지 우리도 밥을 굶는데 저 개는 굶기지 않기 위해 사료도 사고 개껌도 사고 했다. 개는 건강해 보였다. 활달하고 변도 잘가리고....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 강아지가 지치지 않는 고음의 성대를 가졌다는 것이고 개라는 자신의 소명을 완수하려는 듯 짖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는 그런 녀석이였다는 것. 그 강아지(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가 처음 자취방에 온 날 저녁, 강아지를 방에다 두고 동생과 담배를 피러 문밖으로 나섰다. 이 강아지가 짖는다. 허허 거 참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놈일쎄.... 동생은 나름 뿌듯한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가 개를 안았다. 다음날 아침 씻으러 세면장에 들어갔다. 이 개가 또 짖는다. 허허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못해서 겁을 먹은게야 분명히,,,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으나 사흘, 나흘이 지나가면서 이 개새끼는 방안에 자기만 있으면 짖어댄다. 거짓말이 아니라 며칠간은 방을 비운적이 없었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이 '조수미 강아지'는 목이 찢어져라 짖어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비가 몹시도 내리는 날, 동생과 나는 전북대 앞에 물품을 구입하러 나가야만 했다. 그러나 이 개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밤에 저렇게 짖어대는 것을 그냥 놔둘 수도 없었다. 나는 이 개를 훈련시켜야 했다. 동생한테 말했다.
 "저 놈이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 잘못들어서 그려. 진짜 남자라면 외로움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그냥 나가자. 한 3시간 자리를 비워놓으면 지 목이 쉬겄지. 그럼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여"
그러나 밤이라는 특수성때문에 그냥 방안에 둘 수는 없었고 자취방 바로 앞 인근 야산에 놓고 가기로 했다. 야산의 한 나무에 개를 묶어놀때까지만 해도 이 개는 좋다고 꼬리를 흔들어 댄다. 오랜만에 외출이니 좋겠지. 우리가 산을 내려가자 마자 짖어대는데 그 비가 내리는 날에 얼마나 우렁차게 개소리가 울려퍼지던지... (정말 목이 쉬어라 짖어댔다.) 우리는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우리 형제도 정말 오랜만에 외출을 하게 된 것이다. 아마 한 3시간정도 였을 것이다. 밖에서 저녁도 먹고 이리저리 쇼핑도 하고(천냥하우스에서) 들어왔다. 연화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들려오는 개목소리... 정말 3시간전과 비교해서 한 옥타브도 내려가지 않았다. (너.. 전생에 파리넬리였냐?) 서둘러 개를 산에서 데리고 내려왔다. 개는 비에 젖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우리가 가자 더이상 짖지는 않았다. 그날 밤 동생과 나는 개를 말려주고 부등켜 안으며 이런 생각에 슬픔에 젖었다.
 '이 개의 전주인 녀석 우릴 속였구나..'
이렇게는 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평소에 경멸해하던 성대수술을 할리도 만무했다. 동생은 바로 다음날 개의 전주인에게 연락했다. 다시 데려가라고... 그러나 그 사람은 받지 않겠단다.(왠지 뭔가에 당한 느낌이였다.) 그래서 동생은 자신에게 말했던것과 똑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지를 올렸다.
 [정말 이쁜 강아지 무료로 데려가서 키우실 분?]
그리고 며칠안가서 데려가서 키울 분이 나타나셨다. 뒤도 안돌아보고 전해주고 왔다. 아마 그 사람도 우릴 원망했으리라.. 그런데 폭력고릴라에게 차마 되돌려준다고 말은 못했겠지..

2. 돌아이 노홍철 강아지
노홍철이 키웠던 강아지가 아니라 늘 안정을 찾지 못하던 돌아이 같은 강아지가 하나 있었다. 연화마을에서 키웠는지 덕암마을에서 키웠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개는 조금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늘 우리만 보면 뛴다. 당시 이 개를 책상 아래에 개집을 마련해 주었는데 내가 안아줄 것처럼 그러면 좋다고 뛴다. 뛰다가 책상밑부분에 늘 머리를 부딪힌다. 쿵. 쿵. 쿵
아마 정신불안증세가 좀 있었던거 같다. 정말 한순간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이 개도 정신상태가 좋지 않아 이 개의 정신마저 사랑해줄 수 있는 다른 성품이 훌륭하신 성직자같은 새로운 주인에게 전달해 주었다.

3. 덕진공원에 살으리라는 청거북이
개들에게 지쳤던 우리 형제는 짖지도 않고 잘 죽지도 않고 많이 먹거나 싸지도 않고 뛰지도 않는 애완동물로 청거북이를 들여왔다. 자취방이 고요했다. 가끔 씻겨주는 재미말고는 없었다. 이 친구 말이 없어도 너무 없다. 꼬리를 흔들지도 않는다.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결국 이 청거북이 덕진공원의 덕진호수에 방생해주었다. '천년만년 살아라'

4. 엘리와 루시
엘리와 루시는 고양이이다. 아주어렸을때 집고양이를 옆집에서 키워서 그때이후로는 고양이를 키울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으나 어느날 역시나 둘째동생 우현군이 인터넷을 통해 새끼 고양이를 분양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도착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토요일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삼형제가 다 자취방에 있었는데 집으로 택배가 왔다. 뭐 당시는 사업을 하고 있을때라 또다른 물품이 왔나 생각했는데 주소를 보더니 고양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오오오~ 고양이다.'
우리는 모두 기대에 부풀었다. 사실 이 고양이가 오기전 고양이를 키우는 법에 대해 사전조사를 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밖에다 키울수가 없으니 방안에서만 키워야 했고 애완동물들이 배변을 가리느냐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였다.(무엇을 먹느냐보다) 고양이는 첫배변한 곳에서만 똥,오줌을 싼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우리는 고양이가 배변을 할 곳을 만들어주었다.(모래도 깔아주었다.) 사전준비는 철저했다. 그러나....
택배박스를 열어본 순간 뭔가 검은 물체가 눈앞에서 휙하고 사라졌다. 빛보다 빨랐다. 그리고 책상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이 고양이가 생후 몇일되지 않는데 무식한 분양자가 택배로 보냈고 더 무식한 택배기사님은 이리흔들 저리흔들하면서 이 먼곳까지 왔으리라 거기에 놀란 새끼고양이가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박스가 열리니 튀어나간 것이다. 그 당시는 고양이가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놀란 고양이를 위해 책상밑에 기어들어간 놈을 바로 꺼내지는 않았다.

<놀란 새끼고양이.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 있다.>
한참이 지나도 안나오길래 먹을것으로 유인해봤다. 꿈쩍도 안한다. 우유를 줘봤다. 역시나 꿈쩍을 안한다. 나중에는 결국 손으로 꺼내려고 했는데 잡으려 하면 이녀석 얼마나 날쌘지 이리 쉭~ 저리 쉭 도망을 다녀서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서로의 살냄새를 맡아야 친해지질 않겠는가 결국에는 잡아서 품에 안았다. 우리 삼형제는 감격했다. 정말 이녀석 이뻤다. 조그만한 것이 너무나 이뻤다.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다. 난상토론이 벌어졌으며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쁜이
 메리
 이순신
 치우
 고양이
 강아지...(?)

이런 이름들이 나왔고 난 좀더 멋있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당시에 나는 사악하고 어두운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지 사탄이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사탄, 악마.. 이런 것을 지어주려다 순간 떠오른 루시퍼(Lucifer).... 루시퍼는 흔히 사탄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단어의 뜻은 '빛을 품은자'이다. 루시퍼.. 멋있었다. 그냥 루시퍼는 좀 그렇고 '루시'라고 이름을 짓기로 했고 동생들도 맘에 들어했다. 숫컷이다.
그 순간 갑자기 생각나는 것... 아...배변....
두어시간동안 책상밑에 있는동안 루시가 참 많은 소변을 뿌려놨더라........
내가만든 화장실은 어떻하라고... 이놈아....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