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노이에서 근무할 때 갑작스레 중국 광저우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기간이였는데 업무협의 및 생산공정 점검 목적이였죠. 중국을 처음 가보는 것도 좋았지만 당시 하노이에서 약 1달 반 정도 있었던 때, 하노이의 공기가 적응이 완벽히 되지 않았던 때라 하노이를 좀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있었기에 그 출장이 좀 반가웠습니다.
하노이에서 광저우로 비행기로는 약 2시간이 걸리더군요. 광저우 공항에 내리니 역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입국심사를 받는 모습을 보고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국의 스케일을 확인한 때는 식사를 할 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의 식사문화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실제 겪어보니 내가 듣던 것의 몇 배 수준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단, 식사문화만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공항에서 나오니 우중충한 날씨가 먼저 반깁니다. 하노이의 날씨를 피해보고 싶었는데 광저우도 하노이 못지 않더라구요. 후덥지근하고 흐린 날씨.. 그 날은 비까지 내렸는데 원래 광저우가 그런 곳이라고 하네요. 날씨가 하노이보다 나을 것은 없어 보였어요.
우리를 마중나온 거래처 직원을 만나 먼저 사무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죠. 그 직원은 한국인이였는데 중국에서 10년 이상 살았다는 얘기와 중국 광저우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사무실까지 얼마나 걸리냐 라고 물어보니 아주 가깝답니다. 차로 2시간 거리밖에 안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아~ 여기 중국은 정말 크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2시간을 차로 가서 도착한 사무실에서 제품설명을 듣고 회의를 1시간정도 진행하고 나니 이미 해는 지고 있었습니다. 저녁 7시가 가까워 오자 예약한 호텔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은 그 쪽에서 식사를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저희도 적잖히 출출했거든요. 그곳에서 호텔까지는 또 다시 2시간거리에 있는 곳이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2시간을 차로 달려서 도착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인근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은 사천식 음식을 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고 저희 일행이야 뭐 아는 곳이 없으니 그 분이 이끄는대로 따라갔죠.
꽤 큰 음식점인 듯 했는데 룸을 하나 잡았습니다. 그 룸에는 원형테이블이 있었는데 회전이 되는 테이블이였습니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주 보던 것과 같아요. 일단 저희가 아는 메뉴 따위가 존재할 리는 없으니 사장님께 메뉴에 대한 전권을 일임했습니다. 종업원을 불러서 이리저리 시키는 것 같더라구요. 술도 시키고..
음식 나오기 전부터 술을 급하게 마시기 시작하더라구요. 중국술이 향은 좋은데 도수가 높아서 금방 취할 것만 같았죠. 술마시는 것을 좀 조절해보려고 해도 중국인 사장님을 포함해 중국 직원들 4명은 너무 빠른 속도로 술을 마셔댑니다. 한국직원 4명, 중국직원 4명이 식사를 같이 했는데 이 사람들 술 마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겠어요~~ 더구나 담배는 계속 줄담배입니다. 자기네들 담배인 '중화'라는 담배를 권하는데 중국에서는 최고급 담배에 속한다고 합니다. 같은 중화 담배라도 차이가 있다고도 합니다. 이 담배가 상당히 독한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담배를 다 피우고 끄고 나면 다시 담배를 권합니다. 술을 마시고 잔을 비우면 다시 술을 채워주며 권합니다. 한국사람들도 술 많이 먹기로 유명한데 중국에는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술을 한 두명 마시고 나니 음식이 차례로 들어옵니다. 근데 들어오는 수가 엄청나더라구요. 대부분 요리를 시켰어요. 큰 접시에 요리 하나씩 담겨오는데 일단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거기에다 요리의 수도 많으니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우선들었습니다. 대륙의 스케일은 정말 대단했어요. 사천식 음식의 특징은 맵고 짠 음식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이렇게 향과 양념이 강한 것이 특징이랍니다. 맛은 몇 개를 제외하고는 먹으면 먹을 수록 풍미가 넘치는 그런 맛이더라구요. 중국이 떠오르는 듯한 음식이랄까요?
한 두시간정도를 식사시간으로 가졌는데 이 음식을 다 먹지도 못했어요. 중국인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음식을 남길정도로 주문해야 비로소 대접한 것 같다고 하시지만 이거 아까워서 어떻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날 밤은 거나하게 취하고 배가 터질 듯이 먹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은 내일은 광동식 음식을 먹자고 제안하시더라구요. 이미 제 배는 모레까지 먹을 양을 채운 듯 한데 말이죠. 일단은 밤이 늦어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7시가 되니 모닝콜이 울립니다. 이거 뭐여? 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밥 먹으러 가자고 깨우라고 했더군요. 전날 마신 술은 꽤 좋은 편이였나봐요. 아침에 큰 숙취는 없었습니다. 8시까지 로비로 내려오라고 하길래.. 나는 그냥 호텔 조식 먹으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답니다. 거래처 사장님이 8시까지 오기로 했답니다. 전 속으로 '이 양반 돈 번거 다 밥값으로 날리나보다...'라고 생각했죠. 다른 직원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대충 씻고 짐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8시 정각이 되자 어제 봤던 그 분들이 다 모였습니다. '아~~ 이사람들은 일도 안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좀 졸렸어요. 그리고 다시 차에 올라타 호텔 앞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의 크기도 어마어마 했습니다. 외부도 그렇고 내부도 그렇고.. 아침 이른시간이여서 그런지 홀은 한산했습니다. 또다시 그 박력넘치는 사장님은 메뉴판을 들더니 주문을 합니다. 주문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아침도 거나하게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들른 식당의 스케일.. 공연도 하는 곳이라네요>
주문을 마치고 다시 이 박력남은 중화 담배를 권합니다. 아침은 간단히 시켰다는 말에 마시고 있던 차를 뿜을 뻔 했습니다. 분명 말하는 길이가 상당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음식이 나옵니다. 다행인 것은 술은 이번에 빠졌네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엄청난 그릇이 나옵니다. 사람수 보다 많이 나오는 요리들이 처음부터 좀 질렸습니다.
하지만 나온 음식들을 맛보고나서는 그 질렸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습니다. 광동식 음식은 전날 먹은 사천식 음식과 반대였습니다. 주로 딤섬류가 나왔는데 향과 양념이 거의 없는 담백한 맛을 가진 음식들이 대부분이였어요. 아침으로 먹기에 부담도 없이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광동식 음식이 더 맛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였어요. 거래처 사장님은 우리가 어느정도 젓가락을 내려놓자 쿨내를 풍기며 계산하고 나갑니다. 더 먹고 싶었지만 이미 저장용량을 초과한 제 위장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아침에 먹은 딤섬>
그렇게 다시 출근해서 미팅을 하고 공장을 둘러보고 하니 이제 다시 하노이로 귀국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배가 불러있어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근데 쾌남 사장님은 너무 아쉽다며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냐며 점심을 마직막으로 대접하고 싶다라고 했고 정말 맛있는 식당이 있다며 거길 가자며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1시간이면 먹는다고 그러면서요. 우리에게 자유의지란 없었습니다. 어차피 그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야 했으니까요. 차를 타고 다음 식사장소로 이동하는 와중에서도 계속 담배는 권합니다.
한 2~30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였습니다. 레스토랑이지만 웨스턴 음식이 아닌 중국식 음식을 파는 곳이였죠. 전날 먹은 것과 아침에 먹은 것이 소화도 채 되기 전 또다시 식당으로 오게 되었는데 이 쿨맨 사장님은 더욱 어마어마한 식사량을 주문합니다. 술도 빠질 수 없죠. 저희가 술은 더이상 못먹는다고 하니 간단히 와인이나 한잔 하자고 하더군요. 와인과 저희가 사가지고 온 양주 한병을 따서 다시 부어라 마셔라를 했습니다. 음식도 역시 다양한 요리가 계속 쏟아져 나왔습니다.
<점심에 들러서 시킨 음식들.. 아직 다 안나온 것입니다.>
비둘기를 반으로 자른 요리도 나왔는데 머리통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중국인들은 그 비둘기를 통채로 와작와작 씹어먹어댔습니다. 온종일 먹기만 하는 저 사람들이 진정 위대(胃大)한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이 점심은 산해진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먹기전부터 차오른 배 때문에 많이 먹질 못했어요. 식사시간이 끝나자 다시 어마어마한 양의 디저트가 나옵니다. 맛은 있으나 디저트를 입술에만 적시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어요.
<반으로 자른 비둘기 구이. 머리까지 씹어먹어야 된데요>
그렇게 겨우 식사와의 전투가 끝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중국생활에서 저희처럼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만일 모두가 그렇다면 지구는 식량위기를 겪어도 만번은 더 겪어야 했을걸요?) 아마도 저희가 이렇게 먹었던 것은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다보니 손님대접을 하는데 신경을 써 주신 것이겠죠. 하지만 그 정도가 과연 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라고 느꼈습니다. 고맙기도 했지만 과하다는 생각도 역시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 날이후 다시는 중국에 가보지 못했고 역시나 그 사장님을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제 첫 중국으로의 발걸음에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던 일이 되었네요.
<부른 배를 움켜쥐고 겨우 광저우 공항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