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홈플러스 경품조작사건"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2014년 초 홈플러스는 한 경품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하여 직원의 지인등이 당첨되게 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이를 수사하던 중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건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통해 고객의 개인정보 수집 후 보험회사 7곳에 148억에 팔아넘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더구나, 이전에 확보한 개인정보 1694만 건을 보험사 2곳에 팔아 83억 5천만원을 챙긴 것도 수사되고 있다.
이렇게 홈플러스가 2400만 건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게 팔아넘겨 받은 돈이 무려 231억 7천만원에 달한다. 아직 수사중이긴 하지만 홈플러스가 조직적이고 고의적으로 개인정보 장사를 했다는 의혹이 너무나 농후하다. 이런 사실에 대해 홈플러스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경악스럽다.
이런 흉악한 사실이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미칠 노릇이고 개인정보가 넘어간 고객들 또한 그냥 눈만 꿈벅꿈벅 뜨고 있는 것도 환장할 노릇이다. 지금도 홈플러스를 가보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팔아 이득을 취한 곳에 가서 또다시 물건을 사고 있는 희한한 광경들이 펼쳐진다. 인터넷상에서는 불매운동을 해야한다라고 하지만 공염불이다. 그다지 큰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가 아니다. 그렇게도 많은 스팸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아마도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닐까 사뭇 궁금해진다.
홈플러스의 기괴한 '4대 혁신안'
더욱 환장하는 것은 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홈플러스의 대처이다.
홈플러스측은 지난 3월 10일 송구스럽다며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4대 혁신안'을 들고 나왔다.
그 내용이 아주 가관이다.
1. 500개 신선식품에 대해 연중 10~30% 할인
2. 삼겹살은 1등급 이상 판매함.
3. 신선식품 매장에 홀푸드마켓과 같은 낱개 진열 방식 도입
4. 신선지킴이 500명 채용
뭐냐 이게 도대체!
저게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팔아먹은 회사가 대안이라고 제시할 내용인지 내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 그야말로 충격, 경악 그 자체가 아닌가. 개인정보 유출과 신선식품과의 연계성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은 나만의 난독증에서 비롯된 것인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대책을 1등급 삽겹살과 신선식품 500개 할인으로 퉁치고 있다. 이 정도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을 넘어서 개무시하는 발언임이 분명하다.
뭘 팔아먹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홈플러스의 태도
더구나 피해를 본 고객들이 보험회사에 제공한 개인정보를 알려달라는 '개인정보 열람 요구'에 대해 홈플러스는 해당 자료를 폐기하여 보관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변하고 있다.
문제를 이런 사실을 아는 국민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데 있다. 가끔 언론에 등장하긴 하지만 언론에서조차 그리 큰 이슈로 다루고 있지 않고 저 앞에 얘기한 4대 혁신안 따위만 그대로 기사로 내보내는 등 홈플러스의 태도를 문제삼는 언론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분노하는 국민도 없고 힘있는 시민단체도 없고 관심있는 정부도 없는 평온한 대한민국에서 대기업들이 사는 방식은 참으로 편하고 편하다.
<사진 출처 : 한국소비자단체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