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녹두거리
대학가, 그리고 녹두거리, 그리고 먹거리
필자는 개인적인 일로 인해 녹두거리를 자주 들르는 편이다.
신림동을 가면 골목골목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내가 저 멀리 지방서 대학을 다닐때 학교 앞에서 보던 풍경들이 일단 반가워
여길 자주 찾고 그리고 잘 찾아보지 않아도 싸고 배부른 음식점들이 메뉴판을
들고 호객행위를 한다.
(맛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일단 싸고 다양하다.)
의도된 행보. 철판볶음밥
내가 평소 볶음밥류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여자친구는 화창한 일요일
점심메뉴로 철판볶음밥을 먹자며 오늘 소개할 '아저씨철판' 으로 인도하여 주었다.
평소 볶음밥이라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먹겠다는 매니아라서 옳다구나 하고 따라
나섰는데 소문난 집이라 그런지 외관상 그리고 내관상 허름하기 그지없다. -_-
평범한.. 너무나 평범하여 특이한...
외관과 내관이 평범하였다 하여 맛까지 평범하랴... 하여 자신있게
음식을 주문하고 이후 반찬들이 테이블에 깔리는 순간,
"하하, 이건 뭐 분식점이구나~"
일단 반찬들은 좌측 사진과 같이 평범하다 못해 원가절감을 하고자하는
주인장의 철학이 다분히 들어있는듯 하였다.
다행히 본 음식이 들어왔을때, 그래도 정성스럽게 철판위에 놓인 각종
볶음 처형자(?)들의 단아한 모습에 일단 군침이 돈다.
아주머니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에 볶음 처형자들은 곧 밥알들과
과거 광합성을 하던 아름다운 시절들을 떠올리며 (낚지와 참치들
은 바다를 떠올렸겠지..) 볶음밥으로 구조조정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자, 이제 맛을 보자..
한술 조심스레 구조조정된 밥을 입안으로 넘기는 순간 내 혀를 믿을수
없었다. 다시 한술 떠넣어본다. 믿을수 없다.
'너.무.나.평.범.하.다'
평범한 영업방식에 평범한 반찬, 평범한 맛들과 평범한 서비스
는 기존 식당들에서 느낄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에 의한
비범한 기분을 선사한다.
일반음식점에서의 과도한 서비스와 과도한 음식과 과도한 조리료에
길들여진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자들에게 기본에 충실한 '우리집'
에서 만들어질 법듯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은 내 혀를
만족 시키는 기교를 가진 것보단 내 혀를 쉬게 해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맛있는 철판볶음을 찾는자보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부담없는
철판볶음을 먹을자여 녹두거리를 가보라.
after) 국물은 조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좀 바꾸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