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규제 타당성 여부를 조속히 검토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밝히고, "앞으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나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등 국민안전과 생명에 관련이 없는 핵심 규제들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그 존재 이유를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면 일괄폐지하는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한겨례(http://media.daum.net/politics/president/newsview?newsid=20141125210010709)
앞의 뉴스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점점 단어 선택이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걱정이 앞서기도 했구요. 규제철폐에 대한 이야기는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나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베트남에 가기 전부터 들었던 것이죠.
<이미지 출처 : 국민일보>
규제를 '악의 축'으로 선정하여 무조건적인 폐기를 앞세우는 이 정권의 국정철학에 꽤나 놀랐습니다. 규제라는 것은 선의적인 목적이나 공익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서민보호, 중소기업 보호, 노동자 보호, 환경보호, 투자안정성 보호 등등 그 긍정적인 효과는 나열해도 끝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쓸모없는 규제도 있죠. 예를 들어 얼마전 뉴스에서 나온 항공 승무원 지원자격에 키 제한이 있는 것이라든지, 단통법같이 시장경제를 거스르는 것도 모자라 시장가격을 정부에서 고가로 정해버리는 규제같은 것이 제가 보기엔 너무나 씨잘데기 없는 규제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규제를 없애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찬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정부가 하는 규제철폐의 내용을 보십시요.
대다수가 경제활동을 어떠한 저항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같습니다. 이런 규제철폐로 또 다른 경제주체가 타격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기엔 이 규제 철폐의 목적은 대기업 및 친정부 기업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자연스럽게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과거 잘못된 규제철폐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보았습니다. 한쪽은 이득을 보고 한쪽은 손해를 보는 것이 간단히 제로섬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약자들은 피해를 보고 강자들은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규제개혁의지를 표명하는 단어의 표현을 보십시요. 단두대라니요. 흡사 여왕과 같은 태도 아닙니까.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 있기는 하지만 그 권력을 국민에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정을 운영하는 한시적 공무원입니다. 저런 과격한 단어선택이 국민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저런 단어를 사용했다면 아마 주요 언론을 포함한 나라 전체가 난리났을 것입니다. 참으로 이중적인 자들입니다.
단어선택도 문제지만 저런 말을 과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대통령이 규제를 푼다? 이는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지요. 엄연한 입법행위의 범주입니다. 삼권분립의 나라에서 행정부 수반이 입법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아예 수능 출제 방식도 바꾸라고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흡사 전제정치를 하고 있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리는 자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규제를 한꺼번에 모두 풀 수는 없는 일입니다. 수능 출제 방식을 한 순간 바꿀수는 없는 일입니다. 모두 지속적인 연구와 협의, 토론이 필요함은 물론 오랜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수십년 걸릴 일은 아니지만 100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비전없이 회의나 의구심없이 덜컥 할 일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기업을 위한 무조건적인 규제 철폐를 반대합니다. 그리고 규제를 철폐하고자 하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길 희망합니다. 사회적 합의는 정부와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국민의 우선적인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많은 연구와 토론을 하고 이 결과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하여 국민이 선택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왕적 모습을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 시대가 과거와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심히 걱정이 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