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지국가를 꿈꾼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하는 그런 좁은 의미의 복지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복지가 실현되는 것을 원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의료, 교육, 노후연금, 실업수당, 육아에 있어 국가에서 100% 지원하는 방향의 복지를 원한다. 의료는 모든 형태의 의료행위에 대해 국가 의료 보험이 책임지는 방식을 원하고 교육분야는 탁아소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비를 국가 및 사회에서 부담하기를 원한다. 일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받는 시스템을 원하고 취업을 위한 교육을 무료로 받기를 희망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뭔 거지새끼인가 싶겠지만 내 생각은 확고하다. 이 복지는 어떤 한 사회에서 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에서 '나' 개인은 교육을 받을지 말지, 취업을 할지, 어떤 일을 할 지, 어디에서 거주할 지 이런 것만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혹자는 이런 복지를 국민들에게 주게 되면 인간이 게을러지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천만에 말씀!! 인간은 그렇게 한량스러운 동물이 아니다. 단언컨데, 오히려 더욱 가치있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리스 금융위기가 지나친 복지에 의한 것이라고 호도하는 언론들과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그리스는 유럽에서도 복지 수준이 낮은 국가에 속한다. 그들이 우리보다 게으른 것은 맞지만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흥청망청 먹고 놀았던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그런 위기를 맞은 것은 미국식 금융 시스템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금융회사 혹은 사모펀드들의 탐욕에 의해 그리스를 비롯해 몇몇 유럽 국가들의 경제를 말아먹게 된 것이다.
여하튼, 먹고 사는 문제의 완전 해결이 내가 생각하는 복지의 핵심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일단 대학서열화가 줄어들 것이다. 더 이상 좋은 대학을 갈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나는 이 대학서열화에 있다고 보는데, 잘먹고 잘살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가야 하고 좋은 직장을 갈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그런데 굳이 돈을 많이 벌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하기 싫은 야자나 야간 학원을 다니면서까지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대학을 안가려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더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자신만의 실력을 단련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대학은 자연히 서서히 줄어들고 일류, 이류 대학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그 때서야 대학의 본연의 목적인 상아탑으로써의 역할을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우리가 그리 엽기적으로 빡센 공부를 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9시에 등교하여 학교에서 배우고 놀고 운동하고 친구 사귀고 4시쯤 하교하여 학원이 아닌 취미활동과 동아리 활동, 가족과의 교감의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학생들과 가정은 건강해질 것이다. 대학입시를 실패했다고 아파트 옥상에서 학생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할일도 줄어들 것이다. 다만,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자들은 대학에서 공부를 시켜야 한다. 경쟁을 강화하든, 자원을 투입하든 그들의 최선을 다해 자신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아무런 걱정없이(취업이나 등록금)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대학서열화가 옅어지면 수도권 밀집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비정상적인 집값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다. 집을 가진 사람의 자산이 줄어들어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공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집값이 내려가는 게 건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그래서 돈 좀 가지고 계신분들이 보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직업에 귀천이 사라진다. 대기업을 다니던 중소기업을 다니던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거리낄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것이며 많은 돈을 벌지 않아도 걱정없이 살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이 국가로부터 행해지기 때문에 굳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기업에 취직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동차 정비가 좋은 사람은 카센타에서 일하면서도(카센타가 천한 직업이란 의미는 아닙니다. 양해 바랍니다) 자신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아프지 않게 보살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월급 100~200만원 받아서 이런 생활이 가능하지 않다. 늘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암에 걸리지 않을까. 사고나 나지 않을까. 학원은 어떻게 보내나. 이런 걱정을 하면서 대기업에서 연봉 5~6000만원 받는 이들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자격지심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에 큰 회사 가라, 연봉 많이 주는 대로 가라 라고 부모가 아이한테 얘기하지 않겠는가. 정말 아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복지사회에서도 물론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으면 경쟁을 통해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그리고 출산율이 높아진다.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아이로 인해 희생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연민에 의해 아이 낳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인의 수가 많아지게 되어 사회에 부담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런 구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출산율은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적정한 출산율을 유지해주어야 국력이 증대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미루어 볼 때 무조건 젊은이들이 애를 낳지 않는다고 비난만 할 것은 아닌 듯 하다. 정말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이다. 그런데 아이를 육아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한다고 하면, 출산율에 대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그래서 복지는 지출이 아니고 투자이다. 국민이나 사회가 어느정도 성장을 이루고 그 이상의 성장을 원할 때 복지를 통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더욱 높은 질의 삶의 만족도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성장이 가능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높은 수준의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규제가 필요할 수 도 있다. 관세라던지, 해외사업자에 대한 세금이라던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 스스로만 잘한다 하여 해외 시장 상황의 변수에 완벽히 대응할 방법이 적지만 앞으로 연구해 나갈 부분이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느 한 대통령이나 정권이 경제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건 미국과 같은 외국자본과 그 나라들의 경제 정책이다)
이런 복지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천문한적인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 비용은 국토에서 석유가 나오거나 다이아몬드가 뒷마당에서 자연스럽게 캐어 나오는 국가가 아니고서는 세금으로 충당하는 수 밖에 없다. 세금 이야기가 나오면 야유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번 돈의 30~50%되는 돈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그런데 어차피 저 돈 세금으로 안내도 의료, 교육, 교통 이런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국가가 먼저 뜯어가고 대신 지불해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의 격차없이 같은 대우를 해주려다 보니 세금은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많이, 적게 버는 사람에게는 더 적게 걷는 방식의 징수가 되어야 한다. 그럼 누가 돈을 많이 벌려 노력하느냐 라고 반문하실텐데 걱정하지 말라. 그래도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벌려고 노력할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부자감세에 대한 비판이 많다. 당연히 비판받을 일이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자들에게 많은 돈을 걷어야지 대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삥뜯는 방식인 간접세 증세나 부가세 증세, 담배-주류 세금인상, 유류세 인상등의 방식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시키고 사회의 위화감을 조장하게 된다. 이상하게 우리 정부는 기업이 잘되야 나라가 잘되고 낙수효과로 인해 국민도 잘된다는 논리를 피고 있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잘되어야 기업이 잘되고 그로 인해 국가가 잘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게 맞다고 보는데..
이렇게 세금을 통한 재원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회정의의 실현이다.(초초초 중요함) 왜냐하면, 내가 낸 세금이 정당하게 쓰이는지에 대한 국민적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혹시나 어떤 관료가 세금을 낭비하거나, 삥땅치거나, 부정을 저지른다면 저 많은 세금을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이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걸 안다면 더욱 자신의 재산을 지키려 노력할 것이다. 내가 고생해서 번 월급의 일정분을 국가에 냈는데 정치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세금을 내려 하겠는가. 오히려 편법 혹은 위법을 통해 세금을 안내려 할 것이다. 그래서 조세정의가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모든 이가 내가 낸 세금이 누군가의 뒷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절대적이진 않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이 세금징수가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나 관료는 청렴해야 하고 국가 기관은 법에 근간하여 국민들과 위정자들을 다스리는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혹시나 나쁜 맘을 먹는 관료가 있다면 일벌백계할 수 있는 법제시스템이 그럴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복지시스템도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릴 것임은 자명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은 이 정의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행정관료나 정치인들은 도둑놈들이라고 국민들에게 맨날 욕먹는 나라에서 어떤식으로 사회정의를 만들어 나갈지 암담하다.(내가 그런데 전문가도 아니고) 여튼 내가 꿈꾸는 사회는 완전한 복지사회이다. 그를 위해서 내가 낼 세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다시 내가 그만큼 이상의 혜택을 받는 것이니까. 다만, 사회정의가 실현되어 있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신뢰와 신용의 사회에서 국민은 국가와 사회를 믿고 자신의 희생을 용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