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천호점 1층 매장에서 29일 오후 천정 마감재가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고 안전불감증이네 사고공화국이네 하는 말이 많은 시점에서 일어난 사고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이런 사고는 언론에 나오지 않을 뿐이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단 사고 개요부터 확인해보자
<사진 출처 : 뉴시스>
사진을 보면 천정 마감재가 내려 앉았고 각종 조명 전선과 디퓨저에 연결되었던 것 처럼 보이는 후렉시블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런 류의 사고를 몇 번 경험에 의해 생각해보면 천만 다행인 사고이다. 무너진 천장의 범위가 크지 않았고 무거운 장비가 올려져 있는 장소는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 사진으로 추정해보건데, 아마 마감재는 석고보드 2겹에 도장마감으로 보인다.(보통 대부분의 백화점 마감재가 그러하듯이..) 저 석고보드가 왜 무너지느냐?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천정에 매달리는 석고보드의 시공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시공방법. 석고보드 마감은 일반적으로 9.5mm 일반석고보드를 사용했을 것이고 2겹을 보통 시공한다. 2겹을 시공하는 이유는 석고보드 맞댐부위에 크랙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저 석고보드는 엠바(M-Bar)에 피스로 고정된다. 엠바는 다시 캐링이라는 부재에 고정되고 이 케링은 행거 및 행거볼트에 설치된다. 행거볼트는 보통 앙카에 조립되고 앙카는 골조 슬라브에 박히는 구조이다.
<대충 이런 구조임>
어설퍼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꽤 견고한 구조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천정마감이 이런 천정구조틀 방식(경량철골천정틀)을 사용한다. 자 여기서 이제 무너질 수 있는 가능성을 살표보자. 일반적으로는 이 구조틀 자체로는 절대 무너질 일이 없다.
1. 골조 슬라브의 문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앙카가 골조슬라브에 박혀서 빠지지 않아야 하는데 빠지는 경우이다. 불행히도 앙카는 시공후 바로 빠지는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도 나중에 빠질 수가 있다. 앙카를 시공할 때 먼저 슬라브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앙카를 박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슬라브가 충분히 양생되었느냐가 중요한 관리포인트이다. 슬라브가 양생이 되지 않으면 앙카가 제대로된 고정력을 발휘할 수없다. 이는 보통 드릴로 뚫을때 감(?)이 온다.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되었는지는 뚫을때 안다. 그래서 양생이 안되었다고 느낄때는 시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준공일에 쫒기고 있다면? 저 천정마감은 보통 수장공사나 인테리어 공사로 분류된다. 전체 공사중 마지막 시공범위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리고 천정공사가 중요한 이유는 소방검사 일정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방검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여 나가다 보면 골조 양생과 공기준수 간에 줄타기가 시작된다. 콘크리트 양생이 다 되지 않고 시공할 경우 시간을 두고 공조의 진동과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앙카볼트가 빠지면서 천정마감이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2. 설비, 전기공사의 지연
경량철골천정틀의 앙카시공을 충분한 골조양생기간 후 진행했고 앙카 깊이도 준수했고 KS규격의 자재를 사용했다 할지라도 사고는 날 수 있다. 이번에 말하는 이유가 전체사고의 70% 이상을 좌우할 것이다. 그것은 천정공사를 완료한 후에 설비, 전기 공사를 위해 저 천정틀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 경우이다. 맨 위 사진을 다시보자. 원형통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처럼 보이는 것. 그건 후렉시블이라고 하는 것이다. 천정에 동그랗게 생긴 공기가 나오는 곳을 디퓨저라고 한다. 저 디퓨저를 석고보드에 설치하고 공조덕트에서 디퓨저를 연결해주는 공기 통로가 저 후렉시블이라고 하는 것이다. 보통은 저 후렉시블 연결을 석고보드 마감이 거의 끝난 후에 진행된다. 설비공사가 지연되기도 하고 디퓨저의 위치가 확정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인데 실제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대부분의 이유도 저 작업을 하면서이다. 천정 석고보드를 시공후 저 천정 속에 들어가는 설비 작업자들은 늘 위험하다. 발을 잘못 딛으면 추락할 위험도 있고 내부가 어두컴컴하기 때문에 경량 철골틀을 밟지 않고 석고보드를 바로 밟음으로써 실족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며 아까 앞서 말한 앙카 볼트가 박힌 골조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작업자가 천정을 올라가는 순간 앙카볼트가 빠지기도 하고 그런다. 이런 이유는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잦은 설계변경과 시공시 공정간 간섭 및 공사 순서 미준수가 주된 원인이다. 원래는 유지보수를 위해서라도 천정틀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 구조이지만 시공시 몇가지 문제만 있어도 그 구조는 제대로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비단, 설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 또한 천정에 기어올라가 많은 작업들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천정 마감 시공 후 많은 작업이 그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피로하중이 누적될 것이고 이게 시간이 지나며 약간의 충격과 진동으로도 천정이 내려앉을 수 있다.
3. 잦은 설계변경
2번의 이유와도 연결되는데 보통 백화점, 마트 공사와 같은 판매시설 공사는 공기가 참 짧다. 빨리 오픈하여 장사를 해야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발주처로부터 무리한 공기단축을 요구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는 중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판매시설같은 곳은 자체적으로 디자인팀, MD팀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초 설계와 달리 자주 설계변경이 이루어진다. 하루밤만에 벽체가 옮겨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러다 보면 설비, 전기 공사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고 다시 천정을 기어올라가 작업해야하고 공기가 없으미 야간공사를 하며 작업자들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시공을 기대하기란 기적에 가까운 일이며 욕심이 아닐까? 특히 백화점, 마트는 임대매장들이 있다. 임대매장 공사는 거의 마지막에 진행하는데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보면 이 임대매장이 고객이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다보면 이리저리 설계변경이 이루어진다. 임대매장 공사는 실제 1달이 채 걸리지 않는다. 철야로 작업하면서 빠른 시간내에 마감을 지어나간다. 그러다보면 기존에 시공된 마감과 간섭된 부분에 시공사와 협의 없이 진행된 임의 시공으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시간과 작업자의 양심문제이다. 판매시설은 오픈일자를 목숨으로 알고 있고 시공사는 이를 무조건 준수하기 위해 잦은 설계변경을 수용하면서 공기단축을 하고 작업자는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시공사의 요구에 보이는 곳만 그럴싸하게 마무리 한다. 설마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이 이해관계자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눈을 돌린다. 이건 당장 나타나지 않지만 오늘 저 백화점의 예처럼 사고로 이어지는 당연한 원인이 된다.
그 누구도 저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 말은 저 건물시공에 관여된 그 누구라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역시 공기준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더 물러날 줄 아는 것이 사회전체를 위함임을 알았으면 한다. 지금도 그 어느 건물에서 같은 이유로 천정이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