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범이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인기세를 얻고 있다. 오늘 이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재밌는 스토리와 구성과는 별개의 답답함이다.
이 답답함은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 영화가 이 시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답답한 것이다.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나자 세상에 등장하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영화를 보다 어느 한 기사가 떠올랐다.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
살인범 서진환의 사형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피해자의 남편인 박씨는 이렇게 말하였다.
"법원이 저자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할 거면 차라리 20년형을 선고하길 바란다. 그때는 아이들도 다 컸을 테니 출소하면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고 이 고통을 마무리 짓겠다."
이 말은 얼마전 오원춘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으면서 혹시 서진환이 사형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살인범이다.
이 영화는 복수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묻는다. 사실 감독이나 작가의 생각이 다분히 알 수 있었지만 이 분들은 우리 관객들에게 피해자 가족들의 상태를 감정이입시키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살인범들에게 공소시효는 적당한가?
내 가족을 살해한 자를 법정이 용서하면 난 용서 할 수 있는가?
이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난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현재 법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판결이 공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수를 할 기회를 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온갖 이유를 들어 살인범들을 옹호하면 피해자들은 누가 옹호해 줄 것인가? 국가는 흉악범죄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쉽게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해자 가족들은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또 한번 느끼게 되고 순간 가해자는 전체 사회로 변하게 되고 피해자의 범위는 확대된다.
고조선시대 8조법처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처벌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큰 고통과 피해를 봐야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그냥 거대한 돼지와 같은 권력덩어리일 뿐이다.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태를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 법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순간 피해자들은 이 영화와 같이 법이라는 것을 하나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 걱정해본다.
이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실감나는 연기력, 추격신, 액션신 이 모든 것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시간가는줄 모르게 몰입을 시킨다. 영화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은 물론이고 사회 비판적인 요소까지 가미되어 있다.
광해에 이어 재밌는 한국영화가 자주 나와서 반갑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 왜 이렇게 재밌게 잘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