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국에 출장 갈 일이 있어서 비행기를 알아보던 중에 평소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갑자기 흥미로운 점이 생겨서 알아본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미국 갈 때와 올 때 비행시간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시간이 서로 다른 이유가 올 때와 갈 때 비행경로가 달라서 생기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인천공항 → 미국 워싱턴 : 13시간 35분 (태평양 항로 이동)
- 미국 워싱턴 → 인천공항 : 14시간 40분 (북극 항로 이동)
올 때와 갈 때 항로가 다른 이유
이렇게 미국 갈 때와 올 때 비행기 항로가 다른 이유는 지구가 가지는 특징과 경제적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 이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이유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북극 항로를 이용합니다. 지도를 보면 미국 워싱턴에서 인천까지 일직선으로 날아오면 더 빨리 올 것 같은데 저렇게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혹시나 비행기가 태평양 한가운데에 비상 착륙하는 것을 걱정해서 조금이나마 육지와 가까운 경로를 선택해서일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항공사들이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것은 태평양 항로보다 훨씬 거리가 짧아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돌아가는데 거리가 짧다고요?라고 생각하셨다면 2D로 된 지도로 보셔서 그렇습니다. 우리가 보는 지도는 2D이지만 실제로 지구는 둥근 형태입니다.
3차원 형태로 거리를 측정해보면 지도에서 직선이 결코 짧은 코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믿기 어렵다면 지구본을 꺼내서(없다면 작은 거라도 한번 구매해 보세요.) 직접 직선거리를 재 보세요.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D 도면에서 곡선처럼 보여 더 긴 루트(route) 같지만, 실제 구 형태의 지구 표면에서는 이게 가장 짧은 동선이기 때문에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는 이유
아니 그런데 왜 인천공항에서 미국을 갈 때는 최단 거리인 북극 항로로 안 가고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는지 궁금해지실 겁니다. 실제로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가는 게 가장 짧은 거 아니냐? 북극 항로는 더 긴 운행 거리로 가서 비행기 요금을 더 받으려는 수작 아니냐고 의문을 품게 되실 텐데요.
위의 비행기 운행 시간을 다시 봐도 태평양 항로가 가장 짧은 걸 보니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다 거짓말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좀 더 긴 거리이지만 제트 기류(jet stream)를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제트 기류(Jet Stream)란
제트 기류는 대류권 상부에 있는 시속 65~130km의 강한 바람의 흐름입니다.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입니다.
비행기가 비행하면서 제트 기류의 흐름을 타게 되면 적은 비용으로 비행기를 운항할 수 있습니다. 엔진의 힘 + 바람의 힘을 더해서 날다 보니 더 빨리 날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동에서 서로 날아가는 비행기는 제트 기류 때문에 저항을 크게 받습니다. 연료 소모가 크고 속도가 나지 않아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동에서 서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들은 이 제트 기류를 피해서 비행하게 됩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 미국 갈 때 비행기 경로가 다른 이유 두 가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인천에서 미국 갈 때는 제트기류를 타기 위해 조금 긴 거리지만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고 미국에서 인천 갈 때는 둥근 지구의 표면에서 가장 짧은 거리인(그러나 2D 지도에서 보면 더 길어 보이는)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미국 갈 때 내 비행기가 제트 기류를 타고 있으며 태평양 가운데를 질러간다는 것을 보지 않아도 알 것이고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화면에서는 곡선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지금 가는 길이 최단 거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