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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탐방

비스타 워커힐 호텔 델비노(DEL VINO) 런치(SOLE) 감동 후기

아주아주아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호텔에서 코스요리를 즐겼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있느라 몇달전의 결혼기념일도 못챙겼으니 이제라도 도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니다. 몇년전 W-HOTEL에서 인당 10만원이 넘는 디너 코스를 너무 감동깊게 먹은 기억이 있어 다시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근데 호텔 명칭이 바뀌었더군요.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비스타 워커힐 호텔로 변경이 되었고 레스토랑도 델비노(DEL VINO)라는 곳으로 바뀌고 메뉴는 물론 셰프까지 바뀌었더라구요.




<델 비노(DEL VINO)>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런치가격이 저렴해서 휴가기간이기도 하니 비싼 디너보다 거의 반값이 런치를 예약했습니다. 전에도 와봤었지만 이 호텔의 강점은 한강뷰에요. 다행히 날씨도 너무 좋은 날이어서 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저희는 런치코스 중 SOLE를 주문했어요. SOLE의 가격은 75,000원/인이었고 12:00~15:00까지만 주문이 가능한 메뉴입니다. 또다른 런치는 LUCE라는 메뉴인데 59,000원/인이고 SOLE와 비교했을 때 메뉴가 하나 적어요. 



SOLE의 메뉴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라타 치즈, 프로슈토를 곁들인 카프레제 [돼지고기_이태리산]
  2. 셰프 추천 수프
  3. 해산물과 야채를 곁들인 토마토 스파게티
  4. 최상급 호주산 안심 스테이크와 왕새우 [소고기_호주산]
  5. 티라미슈
  6. 커피 또는 차


메뉴를 주문하고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경건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식전빵이 나왔습니다. 먹물바게트와 다른 빵이 나왔는데 이것만으로도 벌써 맛있더라구요. 올리브오일에 찍어 먹습니다.

<식전 빵>


그리고 곧바로 카프레제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생긴 것부터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고급스러움과 정갈함을 뽑내고 있더라구요. 저는 이날 치즈와 토마토의 궁합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얇게 대패로 켠 듯한 고기 프로슈토는 어쩌자고 이리 맛있는지.. 토마토를 평소에 먹지 않는 저였지만 이날은 아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접시 뒷면까지 핥아 먹었을 것입니다. 집에서 한번 해먹어 보고 싶어졌어요.

<부라타 치즈, 프로슈토를 곁들인 카프레제>


카프레제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나니 셰프추천 수프가 나왔습니다. 병아리콩으로 만든 수프라고 하더군요. 가운데는 먹물바게트에 곡물을 올려둔 것 같았습니다. 병아리콩이 뭔지 옆에서 아내가 설명하고 있지만 하나도 안들었어요. 그냥 너무 맛있는 수프였습니다. 고소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 바닥까지 핥아먹었어요.

<셰프 추천 수프>


여기까지 먹는데 아내와 대화가 단절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 뭔 할 얘기가 없어요. 음식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어요. 대화는 그냥 BGM일 뿐이죠. 뭔 얘기를 좀 하려고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말합니다. 

'말 걸지마' 라구요.



다음 토마토 스파게티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토마토 스파게티는 좀 평범했어요. 불맛이 강하게 나는 오징어구이는 일품이었고 보드라운 생선살은 별도의 메뉴로 시켜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지만 토마토 스파게티는 많이 먹어봤거든요. 역시 접시까지 핥아 먹었습니다.

<해산물과 야채를 곁들인 토마토 스파게티>


이제 메인 요리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일단 비주얼이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스테이크 굽기 정도는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저희한테는 이게 딱 좋은 것 같아요. 고기를 칼로 두드려보니 말캉거립니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죠. 고기를 한점 썰어서 먹는데 호텔 레스토랑 가서 그러면 안되는데 신음소리가 났어요.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어요. 접시 주변에는 포도주로 만든 소금이 뿌려져 있는데 이 소금과 스테이크가 아주 잘 어울렸어요. 이런건 어떻게 요리해야 이런 맛이 나는지 너무 궁금했어요. 고기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또다시 신음소리를 냈어요. 

<최상급 호주산 안심 스테이크와 왕새우>


메인요리가 끝나니 디저트가 나왔어요. 티라미슈와 커피. 평소에도 티라미슈를 좋아했는데 어쩜 이렇게 부드럽게 티라미슈를 만드는지 이거 만든 사람 혼내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만들면 나는 다음에 어떻게 티라미슈를 사먹냐고 하면서 말이죠.

<티라미슈와 커피>


디저트가 나와도 우리 부부는 말이 없습니다. 한강만 멀그러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대화는 필요없어요. 그냥 먹을거나 더 줬으면 좋겠더라구요. 

양이 많지는 않아서 배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런건 상관없었어요. 다음에 또 오자라는 기약없는 약속만이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