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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유시민 작가도 분노할 암사동 선사유적지의 충격적인 안내문

오랜만에 집근처인 강동구 암사동의 선사유적지를 방문했습니다. 암사유적지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신석기 시대 유적지입니다. 처음 이 근처로 이사와서 방문했던 암사동 선사유적지는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유적지의 가치만큼 잘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거든요. 좀 조악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산책하기에는 좋아요. 요즘에는 개보수 중이라 입장료도 따로 받지 않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였더니 안보이던 컨테이너 건물이 보였습니다. 무료입장권을 받고 들어가자마자 앞에 보이는 단층 컨테이너는 암사동유적 발굴유물 특별전시관이었습니다. 본 전시관이 리모델링 중이다보니 암사유적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임시 전시관을 만든 듯 하였습니다.



이 특별전시관에서는 여러 빗살무늬토기와 신석기 시대의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빗살무늬토기를 보는 것은 정말 좋은 전시같았어요. 아이들도 참 많이 방문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전시관안에 붙어있는 안내문들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대충 훑어볼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안내문의 문장들이 말이 안되거나 해석이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도 유시민 작가님으로 빙의되어 안내문을 여러번 읽어보았는데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두개 정도만 찍어왔는데 같이 한번 살펴보시지요.





1)

안내문

[한반도의 빗살무늬토기]

 ①빗살무늬토기는 한반도 지역의 신석기시대 토기의 대표적인 형식으로 포탄형 도는 반계란형으로 생긴 몸체에 음각으로 기하학적인 무늬를 새겨 넣은 장식을 가진 토기입니다.

 ②융기문토기가 토기에 나타나는 동해안지역과는 달리 중서부해안지역에서는 가장 정교한 문양으로 장식된 초기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③문양을 뼈나 나무 등의 시문구를 활용하여 누르거나 그어서 음각문양을 만드는데 짧은 직선을 반복하거나 긴 직선을 방향을 엇갈리게 그려서 흔히 '어골문'이라고 부르는 물고기뼈문양 같이 새겨 넣었습니다.

 ④선 뿐 아니라 원이나 점 등도 이용하고 이런한 것들을 반복하여 전체적인 형태를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빗살무늬는 시문패턴에서 대단히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물고기뼈문양 이외에도 실타래문, 지자문, 점열문 등등 수많은 종류가 나타나서 신석기시대의 생활예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에서 이상한 점을 제가 빨간색으로 표현했는데요. 일단 오타 있구요(도는 -> 또는) 두번째 문장에서 '융기문토기가 토기에'라는 말은 토기라는 말이 중복되어 있습니다. 토기가 토기에 나타나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식된 초기에서부터'라는 말은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흡사 번역기를 돌린 듯한 표현입니다. 세번째 문장에서 등장하는 '시문구'는 너무 어려운 말입니다. 사전에서는 '토기 따위에 무늬를 새기는 도구'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도구/기구'로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문장의 마지막에 '물고기뼈문양 같이 새겨' 라는 말도 앞의 말과 함께 어떤 의미인지 헷갈리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비문입니다. 그리고 4번째 문장에서는 여러가지 어색한 표현들도 있고 마지막 술어가 갑자기 반말입니다. 나머지 문장은 ~입니다. 로 끝나는데 이 문장만 갑자기 ~이다. 로 끝나네요. 마지막 다섯번째 문장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또 다시 어려운 말 '시문패턴'을 시작으로 대단히 다양하게는 매우 다양하게로 표현해야 할 것 같고 빗살무늬가 시문패턴에서 나타난다는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패턴무늬가 수많은 종류가 나타난 것이 어떻게 생활예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지나친 비약과 더불어 어색한 문장구조입니다.


혹시나 잘 이해가 안되는 문장을 이해해보기 위해 아래 영문을 읽어보았는데(영어 울렁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한글안내문과 딱 매치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안내문을 보겠습니다.



2)

안내문

[빗살무늬토기문화]

①빗살무늬토기는 대체로 전 세계적으로 어로신석기문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서 시베리아 전역에 걸쳐서 나타난다고 하여 한 때 시베리아에 빗살무늬문화벨트가 그려지기도 하였습니다.

 ②빗살무늬토기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학설이 있고 흔히 시베리아 기원설이 오랫동안 보편적으로 인용되어 왔지만 최근의 연구에서는 중국동북지역을 포함하여 한반도 일대의  지역적인 발생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것은 토기의 기형이나 문양의 다양성이 특출할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앞서는 것으로 보이고 또한 한반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이 다양한 토기의 발상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③암사동 토기들에서 보듯이 한반도의 중서부지역은 가장 정교하고 발달한 문양이 출현하는 곳으로서 빗살무늬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④빗살무늬토기는 전기, 기원전 5천년에서 4천년 기에 가장 완벽한 형태, 즉 토기의 몽통부를 3개의 시문구로 나누어 각기 다른 기하문을 정교하게 시문한 것으로 후기로 갈수록 점차로시문구가 하부로부터 생략되고 문양의 정치도가 떨어지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안내문을 살펴보자면, 첫번째 문장에서 '대체로 전 세계적으로'라는 말은 어색하기때문에 대체로라는 말을 생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문장의 마지막에 '시베리아에 빗살무늬문화벨트가 그려지기도 하였습니다.'라는 말은 앞선 논거를 함께 살펴봐도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한 빗살무늬문화벨트가 형성되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해를 위해 아래 영어로 된 문장을 읽어보았는데 영어가 훨씬 이해하기 쉬웠네요. 2번~3번 문장은 대충 의미는 이해되나 제대로 된 문장구조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해석(?)은 가능하기에 넘어가겠습니다. 문제는 아래 영어로 된 안내문과 매칭이 되지 않는다는 점 정도이겠네요. 네번째 문장에서 '빗살무늬토기는 전기, 기원전 5천년에서 4천년 기에 가장 완벽한 형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수많은 고민끝에 아마도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지 않나 싶습니다. '빗살무늬토기는 전기 - 기원전 5천년에서 4천년 기에 - 에는 가장 완벽한 형태(토기의 몸통부를 3개의 시문구로 나누어 각기 다른 기하문을 정교하게 시문한 것)' 이렇게 고쳐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또 다시 어려운 단어가 등장합니다. '기하문' 기하문은 '직선이나 곡선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여러 도형들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무늬'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냥 기하학적 무늬 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하네요. 그리고 이 문장뒤에 바로 나오는 '점차로'는 '점차'로 바꿔야 하겠습니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 '시문구가 하부로부터 생략되고 문양의 정치도가 떨어지는 방식'이란 말을 정말 오랫동안 곱씹어 생각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토기의 몸통부 중 아래쪽 부분부터 무늬가 없어졌다라는 말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검색해봐도 문양의 정치도라는 말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미 아래 영어 안내문하고 한글안내문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내용입니다. 





제가 국어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시민 작가님처럼 안내문에 대해 비평할 능력은 없지만 암사동 선사유적지의 이 안내문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너무 심각했습니다. 암사동 유적지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있는데 그나마 조금 수정해 놓은 듯 하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상한 문장들은 있지만 말이지요.


아이들도 많이 오던데 조금은 신경을 써서 안내문을 달아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인 저도 이해를 못하는 문장을 아이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설마 이거 요즘 아이들 언어는 아니죠?


지금까지 유시민 작가도 분노할 암사동 선사유적지의 충격적인 안내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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