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내가 하루중에 상당한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회사에서도 늘 보고서를 만들고 공문을 쓰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하는 것과 같은 사무적 글쓰기 뿐 아니라 퇴근을 하고 나서도 상당시간을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다른 원고를 작성하거나 하는 일을 수년째 계속 하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글쓰기라는 것이 너무 즐겁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습관적 글쓰기에 가깝다고 해야겠네요. 아마도 '소피스트 아뜰리에'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계속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잘쓰는 것은 아닙니다. 수 년을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글쓰기 실력은 그저그런것이 이 또한 타고난 선천적인 능력을 부여받아야 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겨우 여행에세이 한권을 출간했을 뿐이지요. 그게 성과라면 제겐 큰 성과입니다. 이걸로 뭔 큰 돈을 번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능력도 부족하고 노력대비 성과도 나오지 않으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글쓰기를 계속하는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떠올랐는데 그 이유를 모두 포괄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소비하는 삶이 아닌 생산자로서의 삶을 꿈꾸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도 이것이었지요. 소비만을 행하는 생활에 대한 반성이고 수동적으로 컨텐츠를 받아먹는 행위에 대한 거역이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지극히 작은 한 개인으로서 내가 뭔가를 생산해내고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이 글쓰기였습니다.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글쓰기의 즐거움보다는 고통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대안을 찾는다 하더라도 글을 계속 쓸 것 같습니다. 이미 습관성 글짓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정말 잘 쓴 글들을 보면 위축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왜 이 시간이 지나도록 저런 글의 십분의 일도 쓰지 못하나 하면서 말이지요. 그럼에도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도 습관성 글쓰기가 낳은 산물입니다.
제가 글쓰기를 지속하는 이유, 생산자로서의 삶을 꿈꾸는 것과 습관. 어느정도의 동기와 행동이 맞아 떨어지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가끔은 스스로에게도 뿌듯합니다.
아주 오랜시간 이 글쓰기를 놓지 않은 것과 어느새 쌓인 수많은 제 글을 보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