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몇일을 두고 관람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패키지 여행으로 파리를 갔을 때 잠시 들른 루브르 박물관을 시간관계상 제대로 보지 못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기억은 강렬했습니다. 그렇게 거대하고 다채로운 박물관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과 책과 TV로만 접했던 예술품들을 직접 눈 앞에서 보는 느낌은 아주 달랐거든요. 뭐든 직접 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 있었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다니는 중에 어떤 정원같은 곳을 들어갔는데(정확히 명칭이 기억나진 않네요) 계단이 있었고 여기 저기 대리석 조각상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조각상들 근처에 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어요.
<좌측 아래에 스케치북에 뎃생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뭐하나 살펴봤는데 석고상 데생을 그리고 있었어요.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처럼 보였는데 눈 앞에 대리석 상을 두고 스케치를 하고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 제가 미술시간에 데생을 했던 모습과 비교되었지요.
한국에서 미술시간에 데생을 하면 교탁앞에 두상하나 놓고 4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스케치북에 따라그렸었지요. 그 두상은 석고상입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석고상을 두고 소묘를 하는 것이었지요. 미술학원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의 미술학원 또는 학교 미술 수업, 이미지출처 : 하늘미소미술학원>
파리에서 본 것은 실제 대리석 작품을 두상이 아닌 전신상을 바로 눈 앞에 두고 그리는 모습이었어요. 없던 예술적 영감도 떠오를 것만 같을 거 같아요. 혼이 담긴 예술 진품을 스케치북에 옮기는 작업이 한국에서 석고상을 그리는 것과 어찌 같을 수 있을까요.
<비너스 상>
<니케 상>
그 때 처음으로 외국으로 유학을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잘하고 싶었을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가졌던 제 자신을 한동안 탓했습니다.
<함부라비 법전>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라 어떤 문화가 더 우월하다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프랑스의 문화가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환경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체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가 루브르 박물관을 가질 수 없다면 현재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과거의 답습을 벗어나기 위해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