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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모든 요일의 여행] : 행복을 연기하는 관광객이 되지 않기 위해

요즘 읽고 있는 입니다.

모든 요일의 여행 - 김민철 저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여행을 통해 여행의 일상/단편들이 주는 의미에 대해 적어내려간 글들입니다. 아직 다 읽어보진 않았는데 지극히 공감가는 내용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렇게 호기롭게 도착한 파리에서 나는 자꾸 길을 잃었다. 아니, 목적지를 잃었다.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았기에 나는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다. 먹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지만 겨우 찾아가서 먹은 것들은 모두 의아한 맛이었다. 이걸 위해서 왜 여기까지, 라는 생각을 억지로 밀어냈다. 맛있어야 했다. 나는 행복해야 했다. 파리에 왔으니까.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안 행복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감히 행복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어느새 나는 행복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었다.

- '모든 요일의 여행' p.44


우리는 모두 힘겹게 여행을 떠납니다. 겨우 돈을 마련해서, 겨우 시간을 마련해서, 

그렇게 어렵게 자원을 확보하여 여행을 떠나는데 기대한 것과 다른 여행지의 경험은 쉽사리 용납되기 힘들 것입니다. 저도 그랬죠. 여행지에서 비가 오면 세상 모든 불행이 나에게만 오는 것 같고 그렇게 맛있다고 블로거들이 극찬을 한 음식은 느끼하거나 짜거나 비리다면 맛없다는 티를 내지 못한채로 SNS에 굳이 '이국적인 맛'이라는 표현을 빌려가며 애써 나의 여행을 보듬습니다.


저자는 그런 관광객의 모습을 '행복을 연기하는 배우'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배우가 되어 본 적 있지 않나요? 여행을 하면서 늘 긍정적인 경험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경험을 원하는 사람은 없죠. 그렇게 큰 돈을 들여 귀한 시간을 들여 그 곳에 갔는데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원하는 감동을 얻지 못하는 것은 참 슬픈일입니다. 하지만 언제고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할 지라도 행복을 연기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런 거짓은 여행을 비참하고 힘든 것으로 만들고 맙니다.


카를교

<체코 프라하>


여행은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뭔가 크고 아름답고 귀한 것들을 보는 것이라기보다 그 공간에서 숨쉬고 거닐고 만져지는 일상의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불편하고 맛없고 볼품없는 것들이 내 여행에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여행은 일상이 되어집니다. 



일상속에서 발견 되어지는 새로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 예를 들어, 비가 오는 세느강의 경험 같은 것? 보통은 세느강 주변의 노천식당에서 커피 한잔 하며 센 강을 보고 싶어합니다. 비가 오게 되면 재수없는 여행이 되었다고 말하죠. 

하지만, 비오는 세느강을 경험하는 여행은 새로움입니다. 비가 오는 일상 속에 세느강이 함께 하는 새로움입니다. 이런 일상속의 새로움을 겪는 것을 여행의 목적으로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여행속에서 - 행복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행복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지 않기 위해 여행을 일상으로 대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상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여행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