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N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열풍이 뜨겁습니다. 제가 다 찾아 볼 정도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아내나 저나 드라마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왔던 사람인데 매주 본방사수를 하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는 뭔가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 드라마는 '판타지 멜로'입니다. 저는 멜로라는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며 판타지는 장르를 불문하고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며 더구나 PPL이 가득가득한 프로그램은 질색하는 사람인데 이 도깨비는 왜이렇게 쳐다보고 있게 되는 걸까요?
12회까지 보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아마도 멜로나 판타지를 보고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선(善)함'에 이끌렸었나 봅니다. 도깨비나 저승사자처럼 기존 관념으로 이해하던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선한 행동과 말들을 합니다. 선한 사람들을 돕고 순수한 심성을 가지고 있으며 선함을 위해 비현실적인 능력들을 써서 드라마를 선한 결과들로 채워가는 것에 끌렸다고 봅니다.
여주인공인 지은탁은 조실부모하여 이모네의 보호아래 살아가지만 돌아가신 엄마의 보험금만을 노리는 족속이죠. 이런 지은탁을 저승사자와 도깨비라는 신적 존재가 보호합니다. 이런 모습에서도 저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얼마나 풍전등화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청춘들이 지은탁에게 감정이입되어 보호받는 모습에 자신들도(또는 저 자신도) 안도감과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러 측면에서 이 드라마는 권선징악의 법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사랑, 애정, 그리움, 재회, 은혜 등입니다. 최근에 간신 박중헌이 등장하고 이를 퇴치함으로써 악에 대한 복수까지 만들어내면서 권선징악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90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까지 여동생에 대한 애정을 잊지못했던 김신은 여동생이 치킨집 주인으로 환생한 뒤 재회를 합니다. 이전생에서의 그리움은 현생까지 와서 해소됩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김신 휘하의 장수는 현생에서 큰 도움을 받습니다. 저는 이런 장면을 통해서도 우리들에게 어떤 위안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야'라는 위안말이지요.
이렇게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잠시 잊습니다. 당장 tvN 도깨비를 보다가 당장 채널 몇개만 이동해보면 도깨비보다 더 비현실적인 일들이 뉴스에서 쏟아져 나옵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악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슬프고 아픈 일들을 만들어 냅니다. 몇달간 뉴스에서 보아온 최순실이 그러했고 우병우가 그러했습니다. 김기춘이 그러했죠.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그러했습니다. 우리같은 범인(凡人)들은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걸 뉴스에서 보고난 뒤 생기는 피로감을 이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정화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현실이 지옥같을 만큼 힘들어하는 우리들에게 TV화면에서나마 우리가 꿈꾸는 관계와 정의의 실현을 보게 됩니다. 다른 드라마보다 유독 이 도깨비라는 드라마는 순수하고 선한 존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서로에 대한 애정은 우리 가슴속에 잊고 있던 순수함을 일깨워줍니다.
물론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도깨비나 저승사자, 신의 도움없이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비통함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판타지의 단점이죠.
하지만 판타지 드라마보다 더 판타지같은 현실속에서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이런 드라마는 사랑 받을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도깨비가 사랑받는 이유는 작금의 현실에 의한 피로감에 의한게 아닐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