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후두부가 지끈거리는 것이 심해져서 혹시나 귀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다. 그래서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더니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치과를 찾았다.
치과에서는 입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충치가 심각한 어금니 하나와 아래 깊숙히 자리잡은 사랑니를 발치하자고 했다. 한번에 2개를 발치하다니...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나는 흔쾌히 OK를 외쳤고 아주 짧은 통증을 주고간 마취를 거쳐 순식간에 2개의 이를 발치했다.
마취를 했으니 발치하는 순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입안에 가득 고이는 피비린내가 불편하긴 했지만 더이상 아프지 않으니 만족했다. 문제는 마취가 풀린 이후,
어마어마한 통증이 삽시간에 내 머리를 강타했다.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통증이 턱을 거쳐 두개골 내부를 휘집어 들어왔다. 순간 쇼크가 올 것 만 같은 통증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이정도의 통증은 예전에 요로결석으로 고생하던 그 때를 제외하고는 내 생에 최고 수준의 통증이었다. 뭐 어느정도 견딜 수 있는 통증이어야 사람이 살 수 있을텐데 이 통증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고통에 어찌할 바를 몰라 물을 한잔 마시니 통증이 좀 가시는 느낌이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은 역시 대단하다. 나는 사무실 탕비실에서 바로 얼음물을 만들어 입안에 머금고 있기를 반복했다. 얼음물을 머금고 있는 약 10여초간은 통증이 사라졌다. 체온에 의해 입안의 물 온도가 올라가거나 물을 마시고 나면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약 2~3시간동안 엄청난 물을 마셔댔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회사를 조퇴했다.
집에 온다고 한들 통증이 가라앉을리는 만무했다.
집에서도 찬물을 마시고 머금고 하기를 수시간.. 잠도 제대로 못잘 것 같은 판단에 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진통제를 좀 맞고 잠이라도 자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응급실에서 접수를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입안에 찬물을 넣기를 반복했고 1차 진통제 주사를 맞고서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아서 의사의 처방아래 몰핀을 투여받았다.
몰핀을 투여받으니 약간 몽롱해진다. 잠이 온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통증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왠지 잠은 잘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더이상 처방할 수 있는게 없다라는 사실에 집에 돌아와서 곧바로 침대에 누었다.
다행히 나는 코까지 골며 아주 잘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다음날 통증은 어느정도 완화되었다. 이전에도 사랑니를 발치한 경험은 있었으나 이정도 통증이 수반되지는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잇몸을 째고 사랑니를 발치한 것이 통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함부로 2개 이를 발치하는 것은 모험이다. 머리를 찢어내는 고통..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는 일이다. 사랑니가 내 잘못도 아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