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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탐방

베트남 본토 쌀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의정부역 앞 센트럴타워 13층에서!

몇 달전에 제 블로그 이웃이신 히티틀러님이 제게 베트남 쌀국수를 현지인들이 만들어 파는 곳이 있다고 소개해 주었습니다.(히티틀러님의 블로그 : http://hititler.tistory.com/439)

한국의 호아빈이나 리틀사이공 같은 곳에서 파는 쌀국수는 베트남 현지 쌀국수의 맛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베트남 본토 쌀국수를 그리워하고 있던 저와 제 아내에게는 굉장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위치는 의정부였는데 언제 한번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다 이번 휴가때 맘 먹고 의정부로 달려갔습니다. 때는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준 지난 14일이였습니다. 정부는 이 임시공휴일로 인해 1조 3천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했으니 어찌 보면 저도 1조 3천억 중 일조를 했네요 2만원어치... 아~ 톨게이트비는 빼야하니 대충 1만 8천원어치 ㅋㅋ 톨게이트비 공짜로 잘 다녀왔습니다. 

이런 효과가 있는 정책을 진작에 좀 쓰지 그랬데요. 휴일날 좀 더 늘리고 톨게이트비 좀 내리고 하면 우리나라 금방 부자나라 되겠어요~~


여튼, 히티틀러님이 블로그에서 소개해준 그 곳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잠실에서 의정부역까지 그리 밀리지 않아서 30~40분 정도만에 도착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가진 정보는 센트럴타워 13층이였으니 센트럴타워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으로 향했습니다. 인승용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앞으로도 좀 느리지만 넉넉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겠어요. 


13층으로 올라가서 아내는 화장실을 찾았고 저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곳은 흡사 마트의 푸드코트와 같았어요. 부스마다 음식점들이 있고 가운데 테이블들이 배치되어 있는 형태였습니다. 오늘쪽으로 코너를 딱 돌자마자 베트남어로 된 간판을 보았습니다. 일단 사진을 좀 찍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종업원처럼 보이는 여자 베트남인들이 저에게 왜 사진 찍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예상외의 질문에 흠칫 놀라 밥먹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충 자리에 앉았는데 제 맞은편에도 베트남 여성이 한명 앉아 있었어요. 전 사실 앉아서 밥먹는 사람들 모두 직원들인줄 알았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손님들이였습니다.ㅡㅡ 그렇게 자리에 앉아 있으니 진짜 직원이 메뉴판도 가져다 주고 물도 가져다 주었습니다. 히티틀러님에 말에 의하면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했는데 다들 한국말을 아주 잘 구사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아내가 도착했어요. 일단 아내와 저는 메뉴판을 보면서 베트남에서 느꼈던 향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는 몇마디 할 줄 모르는 베트남어로 굳이 주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엠어이를 부르기 시작하고 '퍼보 못까이', '꼬까 못까이' 이렇게 주문을 했더니 저의 아주 기초적인 베트남어 구사에 아내는 옆에서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고 베트남 사람들은 종업원이든 손님이든 다들 좋아라 합니다. 아내는 분짜(Bun Cha)를 시켰고 저는 쌀국수(Pho Bo)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콜라까지! 쌀국수에는 콜라 한잔 들이켜줘야 진리이니까요.


그렇게 주문을 하고 앞에 앉아 있는 베트남 여성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았다고 해서 정말 반갑더라구요. 제가 살던 곳이랑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살았던 분이에요. 그리고 한국에 온지 4개월정도 된 대학생이랍니다. 나이는 25세. 신한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고 전공 공부까지 하면 5년간 한국에 있어야 한데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보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저는 감격에 어린 표정으로 제 앞에 놓인 쌀국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국물을 한스푼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먹어본 그 쌀국수에 대한 평가는 제가 하노이에서 먹었던 그 쌀국수와 아주 똑같지는 않습니다만, 한국의 어떤 쌀국수 전문점 보다는 베트남의 향기가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고수의 향도 적당히 풍기면서 진한 고기 국물이 베트남의 향기를 맡게 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좀 아쉬웠던 것은 면이였어요. 베트남의 그런 생면은 역시 맛볼 수가 없나 봅니다. 하지만 그래도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먹는 베트남 본토 쌀국수는 의정부까지 와보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아내가 시킨 분짜는 하노이 스타일의 분짜는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분보남보에 가까운 음식이였는데 이 역시 맛은 너무 좋았어요. 베트남에서 자주 먹던 그런 향과 맛이였습니다. 



<제가 들렀던 Hien Anh Quan,

Hien Anh은 가게 주인 이름이고 Quan은 가게라는 뜻. 

그래서 "Hien Anh의 가게" 라는 뜻을 가진 가게 이름이에요>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앞에 앉은 베트남 학생과 대화하고 종업원들과 대화하고 하는 시간들이 왜이리 즐겁던지요. 베트남 사람들 참 착하고 순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동안 못했던 베트남말들 다 쏟아내고 왔습니다.(몇마디 못하지만서두요) 그렇게 음식을 다먹고 베트남 여학생과 놀다가 제가 물어봤어요.

"한국사람 친구 있어요?"

그랬더니 아직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랑 친구할래요?" 라고 했더니 흔쾌히 "좋아요" 하길래, 제 명함주고 블로그 주소 알려주고 했습니다. 서로 카톡도 하고 지내자고 하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아내도 참 좋아했구요. 음식도 다 먹었지만 그냥 일어나기가 뭐해서 뭐 먹을거 없을까 생각하다가 역시 히티틀러님 블로그에서 봤던 커피를 시켜보기로 했어요.





베트남식 밀크커피를 주문했습니다. 평소에 베트남에서 구입한 G7커피를 먹고 있지만 카페에서 먹었던 커피 맛이 그리웠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곧 커피가 나왔는데 베트남에서 먹던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얼음 한가득인 컵과 진한 에스프레소 그리고 연유를 담아 주었습니다. 커피를 얼음이 담긴 컵에 붓고 연유를 타서 먹었습니다. 커피는 정말 황홀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베트남로컬 카페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였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한잔 더 시켜서 먹었습니다. 아내도 너무 만족해 했습니다. 


먹을 것을 다먹고 다시 수다를 떨고 있는데 베트남 학생이 제게 여길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묻더군요. 전 히티틀러님의 블로그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히티틀러님의 블로그에서 보던 사진과 이 가게 사진이 좀 다르다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습니다 . 저는 으읭? 간판이 바뀌었나? 라고 생각했는데 베트남 학생은 이 가게는 저기 옆에 있다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옆을 돌아보니 히티틀러님의 블로그에 있던 가게가 그제서야 보이는 것이였어요. 


<원래는 이 가게에 오려고 했던 건데....>


이런 제가 히티틀러님이 알려준 가게가 아닌 다른 가게에 와서 먹고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헐헐~~ 이러며 가게 잘못왔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베트남 학생 웃겨 죽습니다. 이제보니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13층에 여러곳이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그냥 눈앞에 보이는 곳에 앉아서 주문하고 먹었으니 저도 참 확인하는 버릇이 없네요.

하지만 다른 가게에 온 덕에 베트남 친구도 사귀고 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라고 할 수 있겠어요. 원래 가려고 했던 곳에는 손님이 한명도 없었거든요. 다음에 다시 의정부에 와서 원래 가려고 했던 곳에서 먹어봐야겠어요. 그 가게가 가격은 좀 더 싸더라구요.~~


베트남 쌀국수를 찾아다닌 보람이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