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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베트남 여성들의 삶

베트남 하노이에서 짧은 기간이지만 몇 달 동안 거주한 이후, 베트남에 대한 편견이나 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생각을 정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여성들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개인적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의 시선으로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고 판단한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비슷하다라는 개인적 생각들이 있었고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없는지 알아보고자 함입니다.

 

 

사람사는 곳은 모두 비슷하기도 하지만 역사적 사건들과 국가의 정체성에 따라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 의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 다름다름으로 인정하지 않고 옳지 않음으로 인식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당수의 많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동남아 여성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금에 와서야 발견하곤 합니다. 여러가지 키워드가 있겠지만 베트남 여성(혹은 동남아 여성)들에 대해 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경악할 일은 아직도 많은 수의 남성들(특히, 한국의)이 동남아 여성을 성매매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너무도 강하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에 있을 때 가끔 직원들과 얘기하다보면 너무 쉽게 베트남 여성들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실제로도 동남아에서는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섹스관광이란 말이 있을 정도지요. 왜 유독 동남아에서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동남아 사람들이 성매매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보다는 저렴한 비용 또는 국내처럼 단속이 심하지 않다라는 점이 크게 좌우하지 않나 합니다. 우리나라와 동남아 국가들간 성매매 종사자 수에 대한 비교는 할 순 없지만 그건 크게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베트남에 그런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 많아요. 길거리에만 가봐도 베트남 마피아에 속한 사람들이 많긴 하겠지만 밤에 오토바이 하나 세워놓고 남자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구요. 하노이 외곽으로 나가면 많은 가정집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지역의 여성들을 돈 주고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지요. 우리나라라고 다른가요?

 




[깨알 홍보 - (책) 하노이 거닐다]


[출처 : yes24.com]






제가 왜 이렇게 맥락도 없이 갑자기 성매매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느냐면 저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에 대해 오해 혹은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이 글을 계기로 베트남 여성들을 성과 관련된 어떤 욕망의 대상으로 앞으로는 바라보지 말자라는 취지에서 말씀드립니다. 그럼 실제로 제가 지켜본 베트남 여성들의 삶은 어떠한지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면서 느낀 것은 베트남 여성들의 지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 높은 확률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베트남을 얘기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사건이었던 베트남 전쟁을 통해 상당히 많은 베트남 남성들이 죽었습니다. 오랜 전쟁의 피해가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남성들이 귀해진 베트남 사회는 남성을 우대하는 사회로 변모되어 갔고 마치 암묵적인 사회적합의를 거친 것처럼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순종하며 살게 된 듯 합니다.

 

더구나 베트남에서 보면 여성들이 고된 일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요. 제가 근무했던 건설현장에서도 여자 근로자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많았습니다. 단순 노무 일이나 청소하는 사람 뿐 아니라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자재를 양중하고 남자도 하기 힘든 건설 노무일들을 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에는 좀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밖으로 나가봐도 여성들이 일을 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죠. 전에 저희 현장 앞에서 만삭의 몸으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김밥을 팔고 있던 여성도 생각이 납니다. 길거리 청소부는 오직 밤에만 일을 하는데 거의 대부분 여성들이였어요.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고되고 힘든 일들은 꽤 많은 비율로 여성의 몫이였습니다. 그에 비해 남자들은 낮잠을 자는 사람도 많고 경비 일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경비하는 분은 전부 남성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남자들도 지독한 빈부격차 속에서 어떻게든 모두 생계를 위한 어떤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상대적으로 고된 일은 여성이 하는 경우가 한국보다 많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립니다.

 

<제가 일한 현장에서도 상당히 많은 수의 여성 근로자가 참여했습니다.>

 

<건축중인 건물 앞에서 회전절단기로 철근을 자르는 여성의 모습>

 

<늦은 밤, 공사중인 현장에서 모여서 일을 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

밤에는 보통 이렇게 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한 베트남 남성은 저에게 말하길, 아직도 베트남은 가부장적인 사회이며 여자에게 행하는 폭력이 존재하고 많은 노동을 아주 당연하게 시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건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자에 대한 폭력은 절대 정당화되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들이 그런 순종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 및 암묵적인 규율 혹은 도덕관념에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여성들이 많은 부분에서 남성들에게 관대한 것은 베트남 전쟁 이후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전쟁의 상흔은 아닐까요?

 

 

 

 

<길거리에서 뭘 팔고 하는 일은 주로 다 여성들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이런 여성의 지위가 점차 향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베트남 여성의 날이 성대하게 치뤄지고 있고 베트남 여성들이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못하는 것만 같은 사회에서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넘어서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이고 있습니다. , 담배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자신만을 위한 행동과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언급한 것이 단편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전체를 오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베트남 여성들이 상당히 많이 고된 노동력을 요하는 일에 종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사회적 지위는 아직 낮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함부로 대할 대상이란 뜻은 절대 아니지요. 그녀들의 삶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 누가 그녀들의 삶에 대해 속한 국가가 어떤 이데올로기에 있던지 어떤 경제적 지표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감히 잣대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사진찍게 해주고 과일을 사게 하는 넉살 좋은 분들도 있죠>

 

 <하지만 춤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한 나라의 정책과 정치를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한 나라의 인권수준 및 사회규범에 대해비난 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의 낮은 지위를 만드는 사회를 비판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인간 그 자체가 낮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고 사회적 지위가 그 인간 자체로 정의되어서도 안됩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베트남에 살든, 미얀마에 살든, 한국에 살든, 미국에 사는 것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남녀를 떠나 평등해야 하며 존중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