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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노량진에 젊음을 저당 잡힌 수험생들을 위한 국가의 임무는 무엇일까?

아내와 함께 노량진에 들렀어요. 놀러간 건 아니구요. 볼 일이 있었거든요. 전에도 한번 노량진에 잠깐 들르긴 했는데 이 날처럼 장시간 노량진 고시학원 근처를 돌아다닌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에 들렀거든요. 수많은 수험생들이 학원 밖으로 쏟아져 나와 길에 서서 점심을 먹는 모습을 실제로 처음 보았습니다.

 

 

 

 

사실 적잖히 놀랐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였고 사진으로도 봤던 장면이였으나 그렇게 많은 수험생들이 길가에 앉거나 서서 밥을 먹는 모습을 가까이서 처음 보는 것이라 그래서 일까요? 저렇게 젊은 청춘들이 참 많이들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장마차같은 곳에서 밥을 파는데 마땅히 앉아서 먹을 수 없으니 서서 먹는 것이겠지요. 가격도 저렴해서 수험생들의 부담도 적을 것입니다.

 

 

노량진

 

노량진

<학원 근처 서서 밥을 먹거나 밥을 기다리는 수험생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왜 이 수많은 학생들이 이런 수험공부에 매달려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공무원이 나쁜 직업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등 떠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입니다. 결국 취업의 문제겠지요. IMF 때보다 취업이 힘들다는 요즘입니다. 제가 취업할 때만 해도 그 때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저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못했었지요. 졸업 후 반년이 지난 후에야 취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예 일자리의 씨가 말라버렸다는 표현들을 합니다.

 

저 수많은 노량진의 수험생들이 저보다 학창시절에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아니죠. 저보다 더 노력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취업은 생각보다 어려웠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공무원 시험이였을 것입니다.(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요) 바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면 굳이 어려운 공무원 시험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취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 정직원으로 취업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였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이나 계약직을 선택할 바에는 공무원이 낫다는 판단이 현재 이 노량진을 북적이게 하는 원인일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가장 큰 원인은 아까 말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란 비단, 높은 보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된 일자리죠. 최근에는 계약직의 수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거기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유연성이라는 허울로 정규직의 수를 줄이고 중규직이라는 이상한 체계를 만들려고 시도했었습니다. 정규직을 줄이는 것이 계약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 말이죠. 그런 불확실한 미래를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미래가 어느정도 보장된 안정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계약직이라는 제도를 아마도 절대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좋은 제도가 없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절대적으로 계약직 비율을 줄여야 합니다. 계약직을 줄이면 기업이 부담이 된다는 말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취업률 저하로 내수시장이 불황이 되면 그 피해는 기업에게 고스란히 돌아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계약직을 없애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내수시장을 살리는 것이지요. 앞에서 한 얘기랑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지만 내수시장과 취업률은 상호 연관이 되어 있어요. 내수시장은 국민들이 잘 살아야 활황이 됩니다. 이런 내수시장을 살리려면 국민들에게 소비의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건 복지를 통한 국가 재정의 투자가 있어야만 현재로썬 가능한 일이지요. 사교육, 육아, 교육, 주거에 들어가는 돈을 대폭 줄여주어야 합니다.



<EBS 지식채널 - 뻔한 스토리>

 

특히 우리나라는 주거에 어마어마한 돈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집은 있어야 하는 것이나 그 집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집 값을 내리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그 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서민을 위한 아파트를 지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거나 임대를 주는 방식이 있겠지요. 물론 지금 LH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죠. 더 해야 합니다. 이것 또한 복지입니다. 더 많은 아파트를 짓고 분양 기준을 완화해주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변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는 기존 집 주인들의 원성이 엄청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소수의 아픔이며 이를 감내해야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가격으로 올라버린 집 값을 내리는 것은 아픔이 수반될 것입니다.

 

 

<저 밥을 기다리는 줄이 끝이 없는 곳. 노량진입니다.>

 

그리고 육아와 교육을 국가에서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세금을 더 걷어야하죠. 그리고 세금이 온전히 복지를 위해 사용되는지 철저한 감시도 필요하구요. 이는 선결과제입니다. 국가 재정의 투명성과 예산낭비의 철저한 통제.

그리하여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소비할 여건이 발생이 되면 자연적으로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이는 곧 기업의 성장의 힘이 됩니다. 제가 너무 단순하게 문제를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나 가장 한국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입니다.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복잡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의 수를 과감히 줄어야 합니다. 대학은 순수 학문연구의 장으로 만들거나 산학 협력의 수단으로 단순화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는 사람의 수를 월등히 높게 만들고 업무에 필요한 기초적인 학습과정만을 유지시켜서 어디든 취업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 전에 먼저 해결할 것은 중소기업의 노동력 착취나 임금체불등을 강력히 규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를 위해 고용노동부를 만들었으나 아직은 일반 노동자들을 위한 일은 하지 않는 듯 합니다. 노동부 반성해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 복지 시스템이 구현되면 굳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내수를 활성화 하면서 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으로 해야 과도한 공무원 쏠림현상을 줄이고 이것이 결국 길거리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수많은 수험생들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 원장이나 강사들 그리고 학원에게 임대해주는 건물주들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 될 수 있지만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노량진 수험생

 

식사금지

<서서 밥 먹을 공간도 없는 수험생들입니다. 과연 그들만의 잘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