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같은 더운 나라에서도 감기에 걸릴 수 있을까? 네 얼마든지 걸릴 수 있습니다. 감기는 추운 겨울에만 걸리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베트남에서 감기로 고생했던 때가 생각나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하니 후덥지근한 기후와 코와 폐를 찌르는 매연에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력 ‘갑’이라 자부할 수 있는 몸뚱이가 있었기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 생각했었죠. 실제로도 매연에는 금방 적응 할 수 있었습니다. 늘 콧 속이 새카맣게 되어 비염은 좀 있었지만 처음에 느꼈던 그런 답답함은 며칠만에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여름을 향해 달려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더운 날씨는 하루하루가 시험대였죠.
이런 환경 때문에 많은 외지인들은 독감에 걸리게 되고 먼저 있었던 직원들에 말에 의하면 거의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였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서도 저는 감기가 잘 걸리지 않는 건강체질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죠. 그리고 이 말은 단 일주일만에 무색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생상태가 그리 좋지 않는 환경과 공기를 뒤덮고 있는 매연, 후덥지근한 기후, 더위로 인해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 생활이 더해지자 감기에 딱 걸리고 말았죠. 코감기, 목감기, 두통이 같이 왔습니다. 다행히 몸살은 없었는데 하루동안 제가 푼 코의 양이 음료수 캔 한 개는 족히 될 것입니다. 잦은 기침으로 목은 쉬어버렸고 코가 막히니 편두통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감기에 어쩌다 한번 걸려도 2~3일을 넘지 않는데 베트남에서는 이게 아무리 해도 낫지 않더라구요.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그 흔한 종합감기약 하나 가져오지 않았었죠.
감기 걸린지 3일만에 베트남 감기에 백기를 들고 관리팀 직원에게 얘기해서 약을 먹어보려고 했습니다. 저희 관리팀 직원이 제게 해는 말이,
“베트남 약 밖에 없는데요.. 잘 안들어요.. 사실 뭘로 만들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한국약 없으세요?”
란다.
내가 약이 없으니 물어보지 이 사람아.. 라는 소리를 코맹맹이 소리로 해주고 싶었으나 일단은 내가 환자니 우선 그거라도 달라고 했습니다. 역시 경험자의 말은 매우 높은 확률로 정답입니다. 약이 전혀 듣질 않아요. 한국 약을 가진 직원들을 찾아보았지만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사실 한국약은 개똥이 아니라 보약이지만) 한 명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 귀한 한국약을 자신이 먹으려고 몰래 숨겨 놓았을 확률도 있다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다른 유경험자(감기에 한해서는 직원 모두가 유경험자일 것입니다.)들에게 물어보니 한 2주 있으면 저절로 낫는답니다. 그리고 에어컨 바람을 계속 맞으면 더 안좋으니 잘 때 아무리 더워도 이불은 덥고 자고 특히 목을 수건 같은 것으로 보호하라고 하더군요. 결국 약이 없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감기를 예방하고자 하면 밖에 돌아다닐 때 마스크를 쓰라고 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베트남 사람들 마스크를 상당히 많이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감기에 몸뚱이가 초토화되는 2주동안 밤에 에어컨도 끄고 자고 마스크도 하나 사서 착용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이 마스크 참 거추장스러웠어요.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얼굴에 뭔가를 하나 덮고 있다는 것이 숨막히게 힘들었죠. 그리고 얼굴에 흐르는 그 땀들로 인해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면서도 이 지독한 감기를 이겨내고 싶었죠. 더운나라에서 걸리는 감기는 우리나라에서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 속담처럼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제가 베트남에 오기 전에는 감기라는 것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해봤었거든요.
<오토바이>
<그리고 오토바이>
<그리고 비위생... 감기의 최적의 조건>
더구나, 한번 감기에 걸렸다고 면역이 생기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8개월동안 총 3번의 지독한 감기로 몇 주씩 고생했습니다. 혹시 베트남에 장기로 머무르려고 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종합감기약 하나는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는 현지에서 많이 팔고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되구요.
몸 건강하다고 안걸리는 게 아니니 밤에는 에어컨을 너무 강하게는 안하시는 것이 무지 중요합니다.~
<에어컨보다는 선풍기! 저희집 완소 선풍기입니다. 2만원짜리 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