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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놓쳐서는 안될 명소, 롱비엔(Long Bien) 철교

  

하노이를 여행사 상품으로 오게 되는 관광객들은 미처 보지 못하는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명소가 있다. 그곳은 에펠탑을 세웠던 철골구조물의 예술가, 에펠이 설계한 롱비엔(Long Bien) 철교이다.

자유여행을 왔더거나 에어텔 상품으로 비행기와 호텔예약만 여행사를 끼고 베트남 하노이를 왔다면!! 반드시 이곳을 들려보길 권한다.

내가 처음 이 롱비엔 철교를 갔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겠다.(이후에도 몇 번 갔었지만)

 

 

2014년 7월.

유난히 더운 날씨였다. 기온은 이미 38도에 육박하고 있었고 체감기온은 42도를 넘나들던 정오에 에어컨 빵빵나오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니 집에 들어가고만 싶었지만 직원이 입이 닳도록 칭찬한 볼거리였던 롱비엔을 가보고 싶었던 욕구가 더 컸다.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에펠탑의 위용과 그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해줄 롱비엔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무런 주저함없이 택시를 잡아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잠시 생각했다가 역시 정수리로 쏟아지는 햇살에 '햇님 죄송합니다. 엉엉~ 잘못했어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자신있게 "롱삐엔"이라고 말하지만 역시 한번에 내 말을 알아듣는 경우는 없다. 다시한번 천천히 "롱비엔"이라고 말했더니 "Ah~ Ga Long Bien?"이라고 화답한다. 나는 기쁜 목소리로 예스! 예스!를 외쳐주었다.

 

롱비엔 철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다. 택시를 타고 롱비엔을 가는 길에 인도길 옹벽에 화사하게 수놓은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모자이크 타일 그림벽을 감상하며 너무나 감사한 택시 에어컨을 만끽하였다.

 

그리고 눈 앞에 예사롭지 않은 철골 구조물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 에펠이란 말을 듣지 않았으면 그저 그런 고철 구조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그 다리의 모습은 프랑스 에펠탑만큼 높다랗고 거대한 모습은 아니였지만 에펠탑을 보고 에펠에 대한 무한 존경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또다른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롱비엔 철교는 실제로 기차가 다니는 길이다. 그래서 역도 당연히 있다. 롱비엔 역은 그 유명세에 비해 허름하기 그지없다. 시골 작은 기차역마냥 규모도 작기도 작거니와 보수가 시급해 보일 정도로 부실해 보인다.

 

 

 

 

그 롱비엔 역을 지나면 철교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웅장함이 느껴진다. 기찻길 옆으로 오토바이나 자전걸를 타고 지날 수 있는 일방통행 길이 있고 그 옆에 아주 좁게 난간대와 도보길이 마련되어 있다.

 

가운데 기찻길을 기준으로 좌우로 오고 가는 길이 나누어져 있는데 혹시나 도보로 이동하면 오토바이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다. 사람들도 그 방향으로 이동하므로 좁은 보도에서 타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철교 입구에 DAYDE & PILLE 사가 시공했다는 푯말이 보인다. 보도길을 따라 우리 부부는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이 보도가 상당히 좁아 둘이 같이 나란이 걷는 것은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보도는 콘크리트 판을 철재 구조물에 얹어 놓은 형태로 콘크리트 판 사이사이로 철교 아래가 내려다 보인다. 눈에 보이는 모양새로는 상당히 약해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하나 떨어져도 이상할리 없을 만큼 조악하다.

 

어떻게 그 얇은 콘크리트 판이 무너져내리지 않는 것도 의문이였다. 그런 길을 걷는 과정은 스릴이 넘쳐 흘렀다. 더구나 오토바이나 기차가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다리가 출렁거렸다. 그런 출렁거림이 있을때마다 아내는 멀미를 했고 나는 역시 부실하기 그지없는 난간대를 부여잡았다. 그러나 이 롱비엔 다리를 이후 몇 번 더 가볼 수 있었던 까닭은 설마 이 보도판이 무너져서 사람이 떨어졌다면 베트남 정부에서 가만있었을까? 라는 안이하고 안전불감증적인 생각 덕분이였을것이다. 그러나 바닥을 내려다보지 않게 하는 것은 롱비엔 철교의 웅장한 철 구조물의 모습이였다.

 

 

관광객 티를 팍팍내며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는 것도 한국의 어느 철교도 흉내내지 못한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였다. 파란하늘과 붉게 녹슬은 철골이 명확히 대비되고 그 아래로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상당한 기간 근무했던 직원들도 이 롱비엔 철교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는게 놀라웠다. 가끔 만나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호안끼엠이나 문묘 같은 교과서적인 관광지만 들를 뿐, 이 롱비엔을 못보고 돌아가는 분들도 많다. 이 거대한 세월의 흐름을 담고 있는 - 그리고 에펠이란 외계인의 - 작품은 하노이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귀중한 보물이다.

 

비단, 철교뿐 아니라 기찻길 양 옆에 포진되어 있는 판자촌의 모습이나 홍강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하노이는 한자어로 '하내(河內)'라고 쓴다. '강 안쪽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그 강은 '홍강(紅江)'이다. 말 그대로 이 강은 붉은 빛을 띠고 있는데 강물에 점토로 인해 붉은 빛을 보이는 것이다. 이 홍강을 끼고 안쪽과 바깥쪽의 생활환경도 참 다르다. 안쪽 도시는 그나마 도시의 형태를 보이고 있고 좀 사는(?) 사람들이 거주해 있다고 한다면, 바깥쪽은 빈촌이 형성되어 있다. 강주변에는 특히 판자촌들이 즐비해 있는데 롱비엔 철교에서 그 판자촌들이 내려다 보인다. 그 판자촌을 가기 불과 얼마 전에는 화려한 하노이 관광명서들이 즐비한데 이런 대조적인 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에 하노이가 얼마나 빈부차이가 극심한지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홍강 주변으로 거대한 바나나 밭이 있다. 우리 팀장님은 이 밭을 오토바이로 타고 질주하고 다녔다는데 익스트림 스포츠가 따로 없었단다. 왜 남의 밭에 들어가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거대한 바나나 밭도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였기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조금 더 걸어가보니 드디어 홍강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운 강은 아니다. 다만, 그 붉은 빛깔의 강과 그 강을 타고 미끄러지는 모래를 싣고 가는 배 그리고 롱비엔이 함께하는 모습은 살랑이는 바람과 더불어 나에게 힐링을 주었다. 정수리로 내리꽂는 햇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 이국적인 나라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했다. 가끔 홍강에서 수영을 하고 나오는 사람들을 다리 아래서 볼 수 있다. 왜 저 강에서 수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홍강 위의 롱비엔 다리에서는 홍강에서 잡아올린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와 물고기들을 파는 사람도 있다. 바나나를 파는 상인도 있고. 그 게와 물고기와 바나나가 강렬한 햇살 아래서 말라가는 모습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냉장고를 가진 상인들이 거의 없는 베트남에서는 흔한일도 아니지만 아직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물고기는 좀 안쓰러웠다랄까..

 

 

 

그렇게 한 40여분을 걸으면 롱비엔을 끝에서 끝까지 걸을 수 있다. 근데 돌아가는 일이 좀 걱정이다. 이 뜨거운 햇살에 저길 다시 돌아간다고? 노노~ 그럴 순 없다. 우리는 얼른 택시를 잡아탔다.

 

이 날 햇살에 얼굴을 새카맣게 그을려버린 이후 롱비엔은 주로 저녁에 오게 된다. 롱비엔 철교에서 해질녘 홍강의 노을은 꽤나 낭만적이고 시원한 강바람을 덤으로 즐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