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8개월간의 베트남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찌나 서운하고 아쉽기만 하던지요.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회사에서 가라는 대로 가는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의 설움은 비단 저만의 일은 아닐 듯 합니다.
<서울 잠실, 이미지 출처(블로그 : City Gallary)
저는 24일부터 서울에서 근무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몇번의 서울 생활을 해보았지만 이번은 좀 다릅니다. 꽤 오랜 기간 서울에서 지낼 것 같은 것도 있지만 이제 저에게는 가족이라는 변수가 생긴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 살 집을 구하는 게 급선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물론 아내와 저 둘 밖에 없긴 하지만 서울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은 꽤나 많은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 일입니다. 특히 요즘같은 전세난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저번주에 하노이에 놀러온 후배도 얼마전 직장 때문에 서울에 집을 구했다고 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그 후배의 말을 듣고 한 카페에 가입을 했습니다.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http://cafe.naver.com/kig005)'라는 카페인데 지역별로 카페가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잠실에서 터를 잡기로 결정했습니다. 요즘 잠실 핫플레이스인데 생각보다 집은 많아 보였습니다. 카페에는 많은 매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였으나 참고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래도 더 많은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 했습니다. 저는 토요일까지 개인적인 일로 너무 바빴고 일요일에는 부동산집이 문을 열지 않으니 당장 잠을 잘 곳이 필요했지요. 만만한게 고시텔이였습니다. 잠실에는 생각보다 좋은 고시텔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목동 근처에서 고시텔을 알아보았을 때는 깨끗하고 넓은 고시원이 35만원에 거래되었는데 요즘에는 시세가 어떤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솔루션인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개의 고시텔을 알아보았습니다. 모두 석촌호수 근처의 고시텔을 알아보았습니다.
1. 테라스빌 고시텔(http://www.gosione.net/terracevill/)
석촌호수 인근에 위치합니다. 가격은 46~47만원/월 수준이였습니다. 주차도 가능하다고 하나 댓수가 5대에 한정되어 있으니 주차권까지 얻는 것은 힘들어보였습니다. 한 두평 남짓한 수준입니다.
2. 노블레지던스 고시텔(http://www.gosione.net/noblejs/)
이름은 그럴듯 하나 전혀 노블하고는 거리가 먼 허름한 건물입니다. 그래도 제가 본 3개의 고시텔 중 가장 깨끗하고 넓은 평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테라스빌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월대 주차가 가능하답니다. 주차비용은 4~5만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믿을 수는 없습니다.
3. 풀리빙텔(http://gosi1net.com/fulllivingtel/index.html)
잠실 먹자골목 끝자락에 위치합니다. 좀 시끄러울 것 같은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오히려 방 안에 있는 냉장고 소리가 훨씬 더 큽니다. ㅎㅎ 금액은 33만원에 책정해 주시더라구요. 제가 본 고시텔 중 가장 작은 면적입니다. 이곳은 원룸형과 샤워룸형이 있는데 원룸형은 방 안에 변기와 샤워기가 같이 있는 타입이고 샤워룸형은 샤워기만 있는 방입니다. 당연 금액차이는 조금 있습니다. 앞서 말한 33만원은 원룸형입니다. 주차는 안됩니다.
저는 3번 풀리빙텔에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기본적인 제공사양은 다 비슷비슷하였고 이 곳이 가장 환경은 좋지 않았으나 다른 곳과 비교해 가격이 13만원 이상 차이가 나다 보니 어차피 다른 집을 구해서 얼릉 이사를 하기로 결정한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에서 있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글도 그 곳에서 쓰는 중입니다. 가격이 저렴한만큼 시설은 다른 곳보다 좀 후져요. 세탁기라던지 식사를 하는 곳이라던지요.
주차는 다른 곳에서 월대주차비를 내고 차를 맡겨 두었습니다. 요즘 잠실은 제2롯데월드 덕에 월 주차비가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아오.. 대부분 월 15만원입니다. 그마저도 자리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였습니다. 서울서 살기 참 힘듭니다.
어찌되었든 당분간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같이 살 수 있는 곳이 당분간 없어서요. 베트남에서도 같이 지냈는데 같은 한국 땅에서 강제 이별을 해야 한다는게 너무 너무 마음이 아펐습니다. 전주로 아내를 내려보내는 제 마음은 이산가족을 보내는 심정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전주에 제 집은 전세로 내어놓은 상태입니다. 전세금을 받아 서울에 어디에 살지모르지만 그곳 전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이제부터 전 집 구하기 전쟁터에 나온 이등병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저렴하게 좋은 집을 잠실에서 구할 수 있게 될지 막막하면서 흥미진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