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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한국의 수돗물이 그리워졌던 그 날

해외에서 살다보면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정치 빼고)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만큼 치안이 좋은 곳도 찾기 힘들다. 밤에 사람들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다른 나라들(선진국을 포함하여)의 치안은 좋지 못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치안이 좋은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물론 베트남에서도 어디냐가 중요하지만 내가 있는 여기 하노이는 치안이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물(상수도)이 참 좋다. 물론 지금 한국은 물부족국가에 속하긴 하지만 수도의 질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먹을 수 있을 만큼 좋은 수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 4대강으로 인해 이 상수원이 죽어가는 바람에 앞으로 어떻게 우리 상수도가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 소식 들으면 이 4대강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화가 많이 난다.

 

수돗물과 관련해 얼마전에 겪었던 일이다. 베트남은 날씨가 더워서 상수도도 달아오른다. 쨍하게 시원한 수돗물을 즐길 수 없다. 그냥 뜨끈뜨끈할 때도 있다. 비나 한번 세차게 와야 그나마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 그래도 물이 더럽거나 냄새가 나진 않았는데 그 날은 수도꼭지에서 새카만 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이렇게 새카만 물이 나왔다.>

 

<두 컵에 담긴 물 색깔이 다르다. 오른쪽 컵이 한참 후 다시 담은 수돗물이다.>

 

단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고 이 이후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지만 왠일인지 이날은 몇 시간동안 이런 물이 흘러나왔다. 가끔 한국에서도 배관 노후로 인해 녹물이 흐르는 걸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까만 물이 나오는 건 처음이였다. 이 날 이후 이상하게 빨래를 해도 흰 옷에 검정이 묻어나오고 있다. 배관 문제도 아닌 것 같고... 누가 물탱크에 뭘 버렸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이 날 이후 여기 베트남에서 물이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이젠 물증도 없고.. 이럴수록 한국에 가고 싶고 그립고 막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