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COMMUNICATCUS - 2542년 5월 12일의 단상
"이봐 소피스트군~ 어째 살이 더 붙는 거 같아? 몸무게가 좀 늘어 보인다구~"
"그런가? 휴가기간이 너무 길었나? 그래도 아직은 지금 이런 상태가 좋아. 다음달에 다시 복귀하면 좀 나아지겠지"
오랜만에 내 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의자는 12년 전 구입했던 것인데 나름 정이 들어서 그런지 새로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리고 이 의자는 나와 성격이 잘 맞는다. 오랜 친구와 같다. 내 방안에 있는 여러 친구들 중에 가장 오랜 것이기도 하고 말도 참 많아서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다.
현재 인류는 모든 사물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물론 아직 바람이나, 액체 등과 같은 것과는 지금하는 것과 같은 대화까지는 불가능 하지만 고체화 되어 있는 것. 예를 들면, 모든 광물, 식물, 동물, 얼음까지는 대화가 가능하다. 단, 의식수준이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85%의 확률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대화가 가능해졌다. 수신기의 기술수준도 좀 더 나아지면 좋아질 것이다. 이런 기술의 발견으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서 호모 커뮤니케이트쿠스로 진화하였다. 이는 자연적 진화가 아니고 과학기술의 진화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인간의 의식수준도 상당히 진화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런 기술을 연구하는 팀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대학 전공분야이기도 하고 말이다. 간단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술해 보면,
A.D 2345년에 400년 가까이 논쟁을 끌어오던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실험적으로 이론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었다. 모든 원자, 미립자들은 에너지로 구성된 아주 아주 작은 진동하는 끈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이론인데 이 이론으로 인해 세상 모든 물질은 파동으로 구성된 것으로 인간의 의식과 감각기관을 통해 투영하여 존재한다는 황당한 결론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의식조차도 이런 파동의 개념으로 설명되었고 끈의 파동 간섭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거의 동시에 한국의 한 정신수련자가 동물과의 대화를 성공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1000년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그리 주목을 끌지는 못했으나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방법을 가르치면서 그 수련생들이 거의 전부가 같은 기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당시 이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으며 많은 물리학자, 화학자, 분자생물학자등 수많은 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20년을 넘는 연구 끝에 과학자들은 초끈이론과 접목하여 연구한 뒤 인간과 동물의 의식이 같은 종류의 파동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상호간에 파동의 크기나 주파수가 다를 뿐이였다. 일종의 텔레파시인데, 이 주파수를 조정하여 상호 공명을 일으키게 되면 의식의 교환이 가능함을 실험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그 장치가 개발되는데 10년이 소요되었다. 그리하여 인류는 처음으로 침팬지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자료를 보면, 그 침팬지(이름은 가우스였다.)의 모든 원자단위를 분석해서 가우스를 구성하는 모든 파동을 스캔한 뒤, 의식에 해당되는 파동을 선별하여 변환기를 통해 인간의 언어로 변화시켰다.(당시는 모니터에 글씨가 써지는 수준이였다) 가우스의 의식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왜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날 보러 온건가? 다른 침팬지는 보이지 않는데? 여기서 뭐 인사라도 시킬 건가? 내가 잘하는 그림 그리기 보여주면 초콜렛을 줄까? 어제는 못먹었는데....'
엄청난 속도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을 보고 세계는 열광했다.
이 후 수 많은 종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포유류에 해당하는 동물들과는 대부분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2400년을 몇 년 앞 둔 어느 날, 한 아메리카 연합국의 철학교수가 광물, 식물도 의식이 있음을 증명하겠다며 수천만 달라를 투자해 수십년을 연구했다. 지금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돈 많은 괴짜가 재산을 탕진하는 방법을 시연하는 수준만으로 생각했다. 그 철학교수가 105살의 나이로 죽고 난 뒤 그의 손자가 그로 부터 24년 뒤, 이를 성공시킨다. 이 때부터 모든 존재들과 대화가 가능해졌다. 수신기의 기술수준은 이미 최고수준으로 달려가고 있었기에 광물, 식물과 대화하는 일은 금새 이루어졌다. 놀라운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공산품들도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였다. 이에 대한 현재 가장 설득력있는 이론은 어떤 의식체가 피사체에 의식을 투영하면 그 때 비로소 피사체의 의식의 파동이 구성된다는 이론이다. 내가 먼저 말을 건다면, 길거리의 돌맹이, 가로등, 의자, 휴지통 이런 것들이 의식이 형성되어 대화를 걸어온다. 의식의 집합체가 있음도 밝혀졌는데 방 안의 모든 물건들, 예를 들면, 의자, 책상, 조명, 벽지, 칫솔, 신발 이런 것들이 개별적 의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방 전체라는 의식을 사람이 가지게 되면 이 개별 의식들이 집이라는 의식체로 변화한다. 놀라운 일들을 발견해 낸 것이다. 인간은 비로소 의식의 진화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만이 의식체가 아니며 우주의 모든 것이 인간과 동일한 인격체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을 제외한 모든 의식체들은 선의(善意)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과 같이 다른 존재를 미워하고 싸우고 다투는 일이 없다. 인간들은 크게 반성하게 되었다. 인간의 의식수준을 다른 의식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운동이 시행되었고 이를 통해 지금 인류는 전쟁과 분쟁이 사라지게 되었다. 과학기술도 놀랍게 발전할 수 있었는데, 달과 화성, 운석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우주의 역사를 그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되며, 모든 지식을 배우며, 모든 물질들과 협력하여 공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로소 HOMO COMMUNICATCUS가 된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VERI(내 의자의 이름)에게 다시 말을 걸어 본다.
"어이 VERI~ 지금 기분이 어때?"
"소피스트군. 난 언제나 행복해~ 자네가 행복해 하고 있음을 내가 느낄 수 있거든. 곧 자네의 여자친구가 오기 때문이겠지? 자네 여자친구의 침대와 얘기를 해보니 방금 집을 떠났더군. 어서 마중 준비하라구~"
의간의 의식은 아직 원거리의 대화가 안되지만 순수한 의식을 지닌 물체들은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 것도 인류가 배워야 할 것 중 하나이다. 인간의 의식은 태초의 원죄에 의해서인지(종교가들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인간의 의식은 지구의 의식중 하나이며 나아가 우주 전체의 의식에 포함되기도 한다. 나의 존재는 우주 전체와 같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들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예전 불교에서 말했던 우주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것은 그냥 하는 종교적인 언어가 아니였다. 그건 실존하는 사고(思考)였다.
이런 깨달음을 가능케 해준 이 작은 수신기가 고맙다.
이런~ 수신기도 나에게 감사를 표한다.
사랑해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