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두부찌개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순두부찌개 음식점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도 어떤 요리보다 순두부찌개를 잘 만들 줄 압니다. 그런 제가 정말 맛있는 순두부찌개 맛집을 발견했어요.
오늘은 토요일.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갔습니다. 저 혼자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침에 운동한 뒤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집 밖에 나왔습니다. 저에게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15만 원이 있었거든요.
10시 반에는 영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평소에 눈여겨보던 천호동 굴뚝이라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출퇴근하면서 늘 보기만 하던 작은 가게인데 깔끔해 보이는 가게 분위기 때문에 언제고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곳이었습니다. 10시 반에는 아마도 제가 처음 손님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원래는 제육을 먹고 싶었는데 2인이상 주문 가능이라 그 다음으로 좋아하던 순두부찌개를 시켰습니다.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니 작지만 너무 깔금했습니다. 백종원 때문에 저도 식당을 볼 때 청결 상태를 우선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된 식당이 맛도 괜찮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테이블이나 바닥이 걸리는 것 없이 청소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사장님 혼자 계셨고 이제 막 영업을 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먼저 반찬이 나왔습니다.
4가지 반찬이 나왔습니다. 양이 적었지만 깔끔하게 그릇에 담겨 있었고 이 정도면 혼자서 먹긴 충분합니다.
밥이 나오기 전 먼저 찬을 맛보았습니다.
오호라.
맛있습니다. 재료도 신선하고 조리도 마치 소량만 요리한 듯 익힘이나 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맛입니다. 고급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런 반찬을 먹으니 그냥 '한 끼 때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왔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곧 순두부찌개가 나왔습니다.
생각했던 이미지는 아니였습니다. 국물이 자작하게 만들어진 흡사 콩비지찌개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익지 않은 계란을 풀어 섞어두니 더욱 그렇습니다.
한입 입에 넣으니 적당히 매콤하면서 뜨거운 순두부가 저의 뇌를 깨웠습니다. 두 수저를 먹으니 자세를 바로하게 됩니다. 슬리퍼를 끌고 반바지 입고 나왔던 저의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모으면서 미소를 짓게 했습니다.
와. 맛있는데?
앞서 얘기했지만 저희 집은 순두부찌개 집을 했습니다. 당시 꽤 동네에서 입소문도 났었습니다. 그래서 순두부 관련 음식에는 자부심을 마음 한편에 두고 40년을 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굴뚝'의 순두부찌개는 저희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 순두부찌개는 여기가 더 맛있는거 같아요. 죄송해요.'
농담이 아니라 여기보다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먹었던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속초 어떤 곳에서 먹은 순두부찌개가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먹는 동안에는 그곳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먹는 내내 호텔 조리장 하셔야 할 분이 왜 여기 계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자주 호텔 한식당에서도 밥을 먹곤 합니다. 음식의 수준이 그 호텔 한식당과 비견할만했습니다.
당연하게 그릇을 모두 비웠습니다. 밥도, 찌개도, 반찬도.
그리고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아내가 집에 돌아오면 같이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나도 모르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요.
[서울 강동구 천호동 '굴뚝' 위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