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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가 더 맛있는 이유

갈색으로 변한(갈변) 바나나가 더 맛있는 이유

바나나=노랗다 라는 말이 거의 공식처럼 쓰입니다. 노란 건 바나나. 그래서 바나나맛으로 표현한 모든 식품들은 노란색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시중에서도 노란 바나나를 찾습니다. 가끔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를 보면 '저건 오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나 봅니다. 그런데 사실 바나나는 노란 것보다 갈색으로 변한 것이 더 맛있습니다.

갈색반점이 생긴 바나나

왜 갈변된 바나나가 더 맛있을까요? 이 글을 통해 과일 숙성 메커니즘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숙성된 것이다?

과일에 숙성이라니 과일이 무슨 와인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일은 신선할 때 먹는 것이라고 그동안 학습해 왔다면 과일 숙성 이야기가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를 먹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훨씬 당도도 높고 부드럽다는 것을요.

바나나를 처음 마트나 시장에서 사왔을 때는 샛노랗습니다. 바로 먹지 않고 실온 또는 냉장고 안에서 보관하게 되면 점점 갈색 반점이 생기게 됩니다. 이 상태로 더 시간이 지나면 전체가 갈색으로 변하고 단단했던 과육은 흐물흐물하게 변하게 됩니다.

바나나 숙성 단계

이걸 보고 상했다고 생각하거나 오래되서 변색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살짝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가 가장 맛있습니다. 이를 바나나 숙성이라고 하는데요. 바나나뿐 아니라 이렇게 수확하고 바로 먹는 과일이 아닌 조금 숙성해서 먹어야 맛있는 과일을 전환성 과일(climateric fruit)이라고 합니다.

과일 숙성의 매커니즘

과일 숙성이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전환성 과일들은 적당한 기후가 되거나 과육에 상처가 생기면 비로소 숙성이 되는 과일들입니다. 이 과일들은 숙성이 시작되면 에틸렌을 배출하기 시작합니다. 이 에틸렌으로 인해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맛 분자들이 활성화됩니다. 전분과 산은 감소하고 당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원리 때문에 전환성 과일들은 보통 다 익기 전에 수확을 합니다. 그리고 이동 및 유통과정에서 숙성이 되도록 합니다. 때로는 과일 보관 창고에 에틸렌을 주입해서 출하하기 전 숙성이 되도록 하기도 합니다. 바나나 또한 녹색일 때 수확해서 에틸렌을 주입하여 노란색으로 숙성시킨 다음 상품으로 판매합니다.

전환성 과일들은 보관 과정에서 에틸렌을 분출하기 때문에 숙성 중인 과일 옆에 숙성 전의 과일을 두면 좀 더 빨리 숙성시킬 수 있습니다. 갈변이 시작된 바나나 옆에 새 바나나를 두면 이 바나나가 좀 더 빨리 갈변이 시작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모든 과일이 이렇게 숙성을 따로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환성 과일과 반대로 이미 잘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는 비전환성 과일도 있습니다.

전환성 과일비전환성 과일 종류

바나나처럼 숙성한 뒤 먹어야 하는 과일인 전환성 과일과 이미 잘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서 먹어야 하는 비전환성 과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환성 과일 바나나, 멜론, 토마토, 구아바, 파파야, 두리안, 망고, 패션푸르츠, 키위, 무화과, 복숭아, 자두, 살구, 사과, 배, 아보카도
비전환성 과일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 석류, 체리, 오렌지, 자몽, 레몬, 라임, 피망, 리치, 파인애플, 용과, 포도

그래서 과일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딸기, 오렌지 같은 비전환성 과일은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것을 먹는 것이 좋고 바나나, 복숭아, 사과 같은 전환성 과일은 구입하고 바로 먹는 것보다 실온에서 조금 숙성한 뒤 먹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