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쌀국수는 남녀노소 골고루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소화도 잘되고 밀가루가 아니라서 소화에 부담도 덜합니다. 누군가는 숙취해소음식으로 쌀국수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베트남 쌀국수와 관련한 많은 체인점들이 있고 소규모 점포들도 대다수 분포되어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베트남 본토 쌀국수를 경험해 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본토 쌀국수 맛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얘기는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는 현지에서 먹는 맛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는 뜻입니다. 분명 여러 프랜차이즈들의 쌀국수는 현지식과 그 맛이 현격하게 차이가 납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다시 만들었겠지만 실제 고객들은 현지식 쌀국수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의 쌀국수 맛에는 재료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로부터 기인한 것입니다. 음식재료 값에 대한 차이도 있겠지만 분명 쌀국수 한그릇의 가격차이도 있으니 재료 양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맛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육수 재료
베트남에서 쌀국수 육수는 소고기와 각종 채소를 사용합니다.(소고기 쌀국수 'Pho Bo' 경우) 커다란 솥에 소고기를 어마어마하게 집어넣고 하루종일 끓여서 만들어 냅니다. 말 그대로 고기국물을 육수로 사용하는 것이죠. 한국 프랜차이즈는 소고기(양지, 차돌박이)로 우리고 조미료와 미국에서 수입하는 '스파이스 팩'으로 육수를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육수 맛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물론 베트남도 '미원'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사용합니다. 조미료를 쓰지 않는 전통방식의 가게는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차이는 고기의 양, 조미료의 양에서 발생합니다. 베트남이 훨씬 더 많이 해당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고수
'향채' 중 하나인 고수는 특유의 향을 가진 풀입니다. 처음 먹어본 사람은 '비누맛'이 난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 고수는 동남아 전반에 걸쳐 애용되는 음식 재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도 분들이 많이 접해 보셨을 것입니다. 고수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베트남 쌀국수에는 이 고수가 필수적입니다. 쌀국수 특유의 향을 만들어 냅니다. 고수를 쌀국수 위에 올려주지 않더라도 잘게 잘라서 육수와 함께 끓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쌀국수에는 이 고수가 들어가 있지 않아 베트남 쌀국수와 큰 맛(또는 향)의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베트남 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한국의 쌀국수 집에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으면 고수를 주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현지식을 즐기는 분들은 꼭 이 고수를 넣어서 드실 정도로 본토 쌀국수에는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 라임(Lime)
라임은 신맛이 나는 황록색의 열매로 동남아 등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일입니다.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주문하면 이 라임조각을 함께 주는 곳이 많습니다. 쌀국수에 이 라임을 즙을 내서 넣어 먹으면 쌀국수에 신맛이 추가되면서 독특한 맛을 만들어 냅니다. 이 라임이 우리나라로 수입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비싸구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현지식 흉내를 내는 곳은 라임 대신 레몬을 쓰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라임을 넣는 거랑 레몬을 넣는 거랑은 맛이 차이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최근에는 라임을 주는 가게도 생겼습니다. 이태원의 한 베트남 음식점에서 라임을 주었습니다.
▣ 쌀국수 면
쌀국수 면은 맛의 차이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본토 쌀국수에는 건조하지 않은 생면을 사용합니다. 매일 아침 생면을 만들어 쌀국수 음식점에 당일 배송되어 사용합니다. 이 생면 제조 과정이 노동집약적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프랜차이즈들과 작은 쌀국수 가게들은 인스턴트 건면을 사용합니다. 생면이 가진 부드러움을 건면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 생면을 들이키고 씹는 경험은 한번 맛보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본토식 쌀국수 맛은 이 면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한 프랜차이즈 베트남 식당도 생면을 사용합니다. 이 생면을 사용함으로써 확실한 차별화를 가지게 되었죠.
▣ 기타 첨가물
베트남 현지에서는 쌀국수에 갖가지 첨가물을 섞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냅니다. 마늘절임을 넣거나 매운 고추를 섞거나 다른 향채들을 넣을 수도 있고 된장을 섞기도 합니다. 아니면 밀가루 튀김인 '꾸이'와 같이 곁들어 먹기도 합니다. 이런 갖가지 첨가물의 차이가 베트남과 한국의 쌀국수 맛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 꾸이>
이상 5가지 재료적인 차이에 따른 베트남 현지와 한국의 쌀국수 맛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각기 맛의 취향은 서로 다르겠지만 역시 쌀국수는 베트남 본토에서 먹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베트남 음식점에서 현지식 맛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인데 정말 맛있는 쌀국수 맛집 하나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