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남쪽 알프스의 왕자 마터호른산을 보기위해 체르마트로 향했습니다. 인터라켄에서 기차로 4시간을 달려야 했습니다. 밤에 도착한 체르마트는 어둠속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불빛이 창문으로 새어나오고 있지만 동네의 형태를 가늠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겨우 호텔을 찾아 짐을 풀고 쉬었습니다.
아침해가 뜬지도 모르고 잤네요. 아침에 눈을 뜨니 이미 밖은 환하게 밝았습니다. 저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 마을을 보았습니다. 호텔이 약간 언덕에 있어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었거든요. 생각보다 작은 동네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 촌구석도 아니었습니다.
아직은 날씨가 궂어서 회색빛이 감돌고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집들의 모습에 그제야 내가 체르마트에 왔음을 실감했습니다. 구름으로 인해 마터호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마테호른은 그 날은 보지 못했고 그 다음날 베른으로 떠나기 직전 그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마터호른산도 좋지만 체르마트라는 동네가 너무 좋았어요. 체르맛(Zermatt)은 약간 지대가 높은 곳이라(해발고도 1,620m) 조금 고산증세도 있었습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공기 하나만큼은 정말 깨끗했습니다. 거리도 깨끗하고 물도 맑고 풀 조차도 청아했어요. 세계적인 관광지이니 볼거리도 많았지요. 성 마우리티우스 성당에서의 연주회는 정말 좋은 구경거리였답니다.
길거리는 스위스 특유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집의 모양이라든지 색깔, 골목골목 언덕오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중심거리에는 먹거리와 상점들이 즐비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스위스 음식을 믿지 않았기에 눈으로만 구경하고 그나마 저렴하고 실패할 확률이 적은 아이스크림만을 선택 공략했습니다.
체르마트 마을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의 모습도 신기했지요. 날씨가 갑자기 좋아지는 바람에 너무 행복해졌답니다. 이런 동네에서 살면 인생 참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진정 이민 오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답니다.
전세계에서 모이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고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을 거니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성 마우리티우스 성당 외벽에 기대어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여유로움과 따사로운 햇살, 수많은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에 여행오기 정말 잘했다라고 아내와 얘기했습니다. 12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과 큰 돈이 들어가는 여행이었지만 체르마트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어요.
이미 베른으로 가야할 시간은 훨씬 지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마터호른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이렇게 이쁜 동네의 골목을 거니는 것은 당시에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체르마트는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