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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 <더 킹>

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의 느낌은 캐릭터들의 라인업이 좋았습니다. 뭔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의 정우성, 일류를 꿈꾸지만 늘 이류 또는 삼류에 머물게 되는 캐릭터와 아주 잘 어울리는 조인성(제가 이 캐릭터를 아주 좋아합니다. <비열한거리>에서 조인성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의 소재가 시의성이 아주 좋았어요. 요즘 최순실 청문회로 인해 정의롭지 못한 - 악마같은 - 검사출신들을 뉴스에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더 킹>은 검사들의 이야기입니다. '검사들'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머쓱할 정도로 아주 일부의 검사들의 이야기입니다. 법을 지키고 법으로써 정의를 지키며 사회의 질서를 세우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검사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힘을 잘못 사용하게 되면 '왕'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취하는 아주 일부 검사들을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줄거리

권력에 대한 욕망이 큰 한강식(=정우성)은 자신이 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정의를 세우는 일보다는 더 큰 권력에 줄을 대고 큰 권력을 위해 수사를 기획하고 다양한 중상모략과 범죄를 벌입니다. 그리고 한강식처럼 되고 싶어하는 신입 검사 박태수(=조인성)가 한강식에게 줄을 대면서 여러 굵직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게 됩니다. 그 달콤함이 영원할 것 같았으나 자신 또한 한강식의 더 큰 권력을 위한 희생물일 뿐임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습니다. 정권이 변해도 한강식의 힘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박태수는 몰락하게 됩니다. 권력의 중심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 박태수는 한강식을 향해 복수를 꿈꿉니다.


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였으면서도 그 현실을 비현실적인 방식들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더 킹> 이 영화를 재밌게 봤던 부분이 바로 이런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오히려 비현실적입니다.




현실적인 것

영화는 시대배경을 정권이 바뀌는 것으로 보여줍니다. 군부독재시대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을 치루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이야기는 극적으로 흘러갑니다. 각 정권들의 뉴스 방송들을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현실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검찰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우리는 늘상 듣고 있습니다. 각 정권마다 줄을 대는 검찰(견찰). 대부분의 검사들은 박봉에 야근에 시달리지만 일부 검사들은 엘리트코스를 밟아간다는 것. 우리가 검찰내부에 있지는 않지만 늘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들어왔죠.

그리고 영화 중에 노무현 대통령을 대하는 검사들의 모습. 어떤 이슈를 더 큰 이슈로 덮는 방식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매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것

현실적인 배경과 다소 현실적인 검사들의 모습만 그리는 리얼리티 영화는 아닙니다. 비현실적인 영화적 요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학교 짱이었던 박태수가 화이트노이즈를 이용해 공부하여 서울대 법대를 간 것. 나중에 한강식에게 복수하는 과정. 점을 보고 굿을 하는 모습(검사가 이런 것까지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폭력조직 들개파의 행태 및 박태수의 친구 두일이의 행동들은 영화적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킹>은 이런 비현실성과 현실을 아주 매력적으로 섞어놨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는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현실속에서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재림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했으니까요. 노무현 대통령은 늘 검찰개혁을 외쳤던 분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한재림 감독님은 노무현 대통령님의 그 외침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치검사는 들개파와 같습니다. 정치검사는 현실이지만 들개파는 비현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언뜻보면 건달과 검사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둘 다 '개'같습니다. 둘 다 잔혹하고 지저분합니다. 공부 많이 한 건달이 바로 정치검사겠죠. 이 부분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영화 속 한강식의 모습에서 '우병우'와 '김기춘'이 보이는 건 비단 저만은 아닐 겁니다. 이걸 현실로 인식하기도 픽션이라고 인식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위로받았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결국 한강식은 몰락했으니까요. "딸아~ 미안하다~"라고 외쳤던 한강식의 오른팔 양동철 검사(=배성우)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현실을 기억해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영화의 또다른 재미는 역시나 배우들은 연기력입니다. 전 이번 영화에서 조인성보다도 '두일'역을 연기했던 류준열에게 더 빠져버렸습니다. 단순히 신스틸러가 아닙니다. 원래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영화내내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빛을 발합니다. 다른 선배 연기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더라구요. 류준열의 연기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배우에 대한 기대가 커졌던 영화였습니다.


<포스팅내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중앙시사매거진>